30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2차 공판에는 조 전 부사장에게 폭언·폭행을 당한 여승무원 김모씨가 증인 자격으로 처음 모습을 나타냈다. 김씨는 신문 도중 몇 차례 울먹이는 모습도 보였다.
김씨는 비행기가 지상 이동(푸시백)할 당시 상황을 자세히 얘기했다. 김씨는 "기내 난동 당시 조 전 부사장도 비행기가 회항하는 것을 알고 있었느냐"는 검찰 질문에 "조 전 부사장이 저에게 내리라고 지시했고 (제가) 창문을 봤는데 비행기가 움직이고 있었다"며 "제가 창문 앞에 서 있었고, 조 전 부사장이 창문 쪽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조 전 부사장이 저를 쳐다보고 계속 내리라고 했기 때문에 조 전 부사장도 비행기가 움직이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제껏 "비행기가 움직이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던 조 전 부사장의 주장과 반대되는 증언이었다.
김씨는 또 "사건이 발생한 후 회사 측으로부터 '국토부 조사 때 고성·욕설·폭행 등을 이야기하지 말고 비행기에서 내리라는 지시가 없었다고 말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면서 "국토부와 대한항공이 한통속이라는 얘기를 들었고 여러 연유로 솔직하게 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위증을 했다는 의혹을 언급하는 부분에선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저는 이 자리에서 회사에 복귀하느냐 안 하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제 명예를 회복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건 발생 후 대한항공 측으로부터 교수직을 제안받고 검찰 조사에서 위증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인터넷에 사진·신상이 공개되며 여론의 뭇매를 받았다. 이에 대해 김씨는 "어떤 회유에도 넘어가지 않았고 위증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과를 받을 생각이 없었고 조 전 부사장을 피해 4일 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 전 부사장에게 진정한 사과를 받았다고 생각하느냐"는 재판장 질문에도 "아니다"라고 답했다. 김씨가 진술하는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던 조 전 부사장은 증언 말미에 "이 일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박창진 사무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해 잘못된 이야기를 했다며 서운한 감정도 나타냈다. 그는 "너무 무섭고 불안해 박 사무장에게 전화로 (교수직 제안 등)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조언을 구한 것이었다"며 "하지만 박 사무장은 TV에 출연해 내가 교수직을 제안받고 위증을 했다고 주장했고, 그때부터 내 신상이 인터넷에 유포되고 위증을 한 여자가 됐다"고 했다.

한편 이날 함께 소환 통보된 박창진 사무장은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검찰과 법원은 박 사무장과 이날까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씨는 다음 달 1일부터 회사에 복귀해 정상적으로 근무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