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2년 4월 6일. 6·25전쟁 통에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 근처는 폐허가 됐다〈그림〉. 포탄 맞아 허물어진 건물, 연기가 피어오르는 환구단이 빠른 손놀림으로 스케치북에 옮겨졌다.
고암(顧庵) 이응노(1904~1989) 화백이 1930~50년대 우리 근현대 풍경을 생생히 그린 드로잉 700여점이 27일 최초 공개됐다. 드로잉에는 6·25 전후 서울 도심 풍경, 남대문시장 뒷골목, 고향인 충남 홍성 시골 전원 풍경 등 당시 시대상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담겼다.
가나문화재단은 30일부터 서울 인사동길 가나인사아트센터에서 여는 '고암 이응노 미공개 드로잉전 1930~1950'(3월 1일까지)을 앞두고 이날 그의 미공개 드로잉을 공개했다. 가나문화재단 김형국 이사장은 "지난해 재단이 설립된 직후 한 개인 소장가가 자료를 아카이브화 해달라고 찾아오면서 드로잉의 존재가 처음 알려졌다"고 했다. 이 드로잉은 이 화백이 프랑스로 간 뒤 본처인 박귀희 여사가 소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범모 가천대 회화과 교수는 "대부분의 그림에 스케치를 한 날짜와 장소가 적혀 있어 사료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