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스무 살 약관(弱冠)의 나현과 16세 소년 신민준이 타이틀을 다툰다. 신인왕전이라면 딱 어울릴 최연소 결승전 카드가 19년 역사를 쌓아온 천원전서 만들어졌다. 출전자 258명 틈에서 살아남은 둘은 내달 6일부터 결승 3번기로 최후의 1인을 가리게 됐다.
누가 우승해도 팬들을 흥분시킬 매치업이다. 신민준이 승리한다면 박정환 이후 6년 만에 처음 16세 타이틀 홀더가 탄생한다. 송태곤(7회·16세 4개월)이 보유 중인 천원전 최연소 우승 기록도 3개월가량 단축하게 된다. 여기에 3년 전 도입한 영재 입단 대회 출신 첫 우승자 배출이란 경사도 겹친다.
나현은 한국 주니어(95년 이후 출생자) 그룹에서 기수(旗手) 같은 존재다. 지난해 물가정보배서 타이틀 무대 첫 우승 신고를 마친 그가 천원마저 손에 넣는다면 확실한 '신분 격상'이 이뤄진다. 스무 살 전후의 복수(複數) 타이틀 보유자는 확실한 한국 대표로 인정받기 때문. 중국 10대가 세계 타이틀 절반을 점령한 상황에서 둘은 우리 바둑계가 목마르게 기다려온 새 자원이다.
그렇다면 누가 이길까. 일단 지표상으론 나현 쪽으로 기운다. 랭킹부터 나현 9위, 신민준 51위로 격차가 크다. 2014년 성적표를 보아도 신민준이 39승 34패(다승 19위)에 머문 데 반해 나현은 69승 32패(다승 2위)를 기록했다. 작년 여름 딱 한 차례 이뤄졌던 맞대결서도 나현이 승리했다.
K바둑에서 천원전을 해설하는 백대현 九단의 예상도 나현 우세다. "침착한 성격, 호흡이 길고 뒷심이 좋다는 점 등 둘이 닮은꼴이지만 관록에서 아무래도 차이가 난다"는 것. 백 九단은 "4대6 정도로 열세인 신민준에겐 1국이 특히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언더독(underdog·열세가 점쳐지는 선수)의 반란 무대라는 천원전의 전통을 감안하면 섣부른 속단은 금물이다. 이번 기만 해도 랭킹 1·2위인 박정환과 김지석이 각각 나현과 이원영(19위)에게 한칼 맞고 탈락했다. 신민준이 최철한(6위) 이원영을 연파하고 결승까지 치고 올라갈 것으로 점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천원전은 특별한 전통을 쌓아온 기전이다. 현재 한국 바둑을 쥐락펴락 중인 20~30대 청년 강자 절대다수가 천원전서 첫 우승을 맛본 후 출세 가도에 진입했다. 이세돌(5기), 박영훈(6기), 송태곤(7기), 최철한(8기), 조한승(11기), 원성진(12기), 강동윤(13기)이 그들. 역대 천원전 사상 가장 젊은 올해 결승전의 주인공은 둘 중 누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