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이완구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 엄격한 검증을 하겠다고 하면서도 고심하는 기색을 내비치고 있다. 이 후보자가 새누리당 원내대표로서 야당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평가가 많았던 데다, 야당으로서는 정치인 출신 총리가 정부와의 소통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자에 대한 임명 동의안 및 인사청문 요청안은 26일 국회에 제출된다.
안규백 새정치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접수된 순간부터 새누리당과 청문회 일정을 협의하고 내부적으로 자료를 검토하며 검증 작업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안 수석부대표는 “이 후보자의 행정 경험과 정무적 판단력은 이미 검증됐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될 부분이 없을 것으로 본다”며 “총리로서 이번 정부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소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했다.
안 수석부대표는 이 후보자 아들의 병역 문제 논란에 대해서도 “공개검증은 과도한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후보자 본인이 공개검증까지 할 용의가 있다고 했지만 “그럴 것까지는 없으며 자료 검증을 통해서도 가능하다”고 했다.
또 다른 원내지도부 의원 또한 본지 통화에서 “야당이 이 후보자 낙마에 앞장서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인사청문회 이전에 언론을 통해 심각한 결격 요소가 발견되면 강력하게 공격하겠지만 국민 여론을 신경쓰지 않고 우리가 앞서 나가기는 곤란하다”고 했다. 야당 일각에서는 여당 원내대표로서 자신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던 이 후보자를 무리하게 공격할 경우 다시 국정 발목잡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후보자 지명 직후 새정치연합에서는 긍정적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우선 축하한다”며 “모처럼 정치인 출신 총리가 나오게 돼서 아주 기쁘다”고 했었다. 그는 “(정치인 출신은) 예행연습 없이 바로 총리 역할을 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적응하는 데) 6개월에서 1년 걸린다”면서도 “야당 입장에서는 (이 후보자가) 좋은 국정 파트너였지만, 이제는 협상이 대상이 아니라 비판의 대상이기 때문에 오늘부터 철저히 견제하는데 앞장설 테니 섭섭해하지 말라”고 했었다.
세월호 특별법 협상 당시 이 후보자의 파트너였던 박영선 전 원내대표는 “대통령께 직언, 쓴 소리를 하는 총리가 되시겠다 이런 소감을 말씀하셨는데 정말 그러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또 축하를 드리고 싶다”며 “지금보다 총리로서 존재감을 굉장히 드러내려고 노력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했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에서는 아무리 야당과 관계가 좋았다고 해도 총리 후보자로서 ‘특별대우’를 받을 이유는 없다는 원칙론도 강하다. 한 지도부 의원은 “이미 논란이 되고 있는 이 후보자 차남의 병역 및 재산 문제를 중심으로 꼼꼼한 검증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본인이 공직생활을 오랫동안 하면서 자기 관리를 잘했다고 하지만 찾아보면 허점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