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째 독일 총리 자리를 지키고 있는 '철의 여인' 앙겔라 메르켈이 꺼리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남자 정상들의 '포옹'이라고 주간 슈피겔이 16일 보도했다.

지난 11일 '샤를리 에브도' 테러 규탄 행진에 참석하러 파리를 방문한 메르켈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찍은 다정한 사진으로 화제를 모았다. 눈을 감은 메르켈이 올랑드에게 기대고, 올랑드는 팔을 메르켈 어깨에 두른 모습이었다. 해당 사진은 '메르켈을 위로하는 올랑드' 등의 제목을 달고 전 세계에 퍼졌다. 하지만 슈피겔은 "현장 영상을 보면 포토타임 동안 메르켈이 무표정하게 올랑드의 손을 참는 기색이 역력했다"며 "사진에 대한 반응이 좋자 전략적으로 (사진을) 그대로 뒀을 뿐"이라고 했다.

'철의 여인(메르켈 독일 총리)'은 남성 頂上들과의 포옹이 달갑지 않다

메르켈은 2005년 취임 이래 '기습 스킨십'에 종종 시달려왔다. 조지 W 부시 전(前) 미국 대통령은 2006년 G8회의장에서 두 손으로 메르켈 어깨 마사지를 시도했다. 놀란 메르켈이 황급히 기지개를 켜며 부시의 손을 뿌리쳤지만, "부시의 애정 공격" "부시의 여자 친구 메르켈" 등의 보도가 나왔다. 슈피겔은 "아들 부시는 포토 타임이면 꼬집고 찌르는 걸 좋아해 메르켈이 난감해했다"며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포옹을 많이 해 메르켈이 이리저리 피해다녔다"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3년 한 음악회에서 '철의 여인' 어깨에 담요를 둘러줬다가 지금까지 분노를 사고 있다고 메르켈 측근은 전했다. '강한 러시아 남자가 추위에 떠는 메르켈을 챙긴다'는 잘못된 이미지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푸틴은 지난해에도 베이징에서 열린 폭죽 공연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의 부인 펑리위안에게도 담요를 걸쳐줬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은 키가 비슷해 지나친 스킨십을 쉽게 저지할 수 있었고, '옛 신사' 타입인 자크 시라크는 포옹 대신 손등에 키스를 하는 덕분에 메르켈이 비교적 편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메르켈이 '포옹 정치'에 민감한 건 '콜의 소녀'였던 과거 때문이다.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가 정치 무대에 발탁했을 때만 해도, 메르켈은 보호가 필요한 연약한 이미지였다. 슈피겔은 "콜이 커다란 손을 메르켈 어깨에 올린 당시 사진은 과거 둘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메르켈의 정치 인생 자체가 남자들의 보호로부터 독립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상대국 정상 대부분이 남성이라는 점, 167㎝로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키, 내성적인 성격도 스킨십을 꺼리는 요인이라고 한다.

슈피겔은 "상대방이 자신을 안으려 할 때 손을 먼저 상대방 상체로 뻗어 '안전 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메르켈의 방어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