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일관 자신만만했다. 목소리는 첫 임기를 시작할 때처럼 강했고, 도전적이었다.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해 연방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공화당을 오히려 전환점마다 자극했고, 지지자들에게 윙크를 보낼 만큼 여유로웠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일 워싱턴DC의 상·하원 합동회의장에서 가진 새해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에서 급속도로 좋아진 각종 경제 수치와 지지율을 무기 삼아 여소야대(與小野大) 의회를 압도했다. 기립박수가 쏟아지는 가운데, 회의장 입구에서 연단까지 40여m를 4분여에 걸쳐 의원들과 악수하고 포옹하며 걸어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고개를 바짝 들고 하이톤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테러와 경제 침체로 어두웠던 21세기의 첫 15년은 잊고, 오늘 밤 (새로운) 역사의 한 장을 넘길 때다. 우리 경제는 1999년 이후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다."
함성과 함께 기립박수가 한동안 이어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부자 증세'를 통한 '중산층(middle class economy) 살리기'를 앞세워 국민에게 자신의 남은 임기 2년의 어젠다를 호소했다. "얼마 되지 않은 소수에게만 유별나게 좋은 경제를 받아들일 것이냐, 아니면 노력하는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고 소득을 높이는 경제에 충실할 것이냐"고 물은 뒤 "대답은 확실하다. 중산층 경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산층 세금 인하, 초고속 광대역 인터넷 확대, 무료 커뮤니티 칼리지, 7일간의 유급 병가, 육아비용 1인당 3000달러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제시해 박수를 이끌어냈다. (상위 1%의) 세금 구멍을 막아, 그 돈을 더 많은 가정의 자녀 교육에 쓴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하지만 야당인 공화당은 냉랭했다. 4번에 걸쳐 "의회가 법을 통과해야 한다" "의회에 촉구한다"고 말하고, "정치가 걸림돌"이란 식으로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을 비판하자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거부권(veto)이란 말도 두 번씩 언급하면서 '적진'을 뒤흔들었다. 오바마 대통령 뒤에 있던 공화당 출신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멀뚱멀뚱한 표정으로 정면만 응시하는 장면이 생중계에 고스란히 담겼다. 공화당 측은 연설 말미에 오바마 대통령이 '나는 더 나설 선거가 없다'고 한 데 대해 크게 손뼉을 쳤다가 낭패를 당하기도 했다. 이후 오바마 대통령이 "그래. 내가 두 번 다 (대선에서) 이겼지"라고 받아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화당도 외교·안보 분야 연설 때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에 참전한 군인들에 대한 노고를 위로하고, 최근 쿠바와의 국교정상화 과정에서 5년 만에 석방된 엘런 그로스가 일어나 양팔을 치켜들 때, 무역 확대, 해외 일자리 미국으로 가져오기, 테러에 대한 강력한 응징 등에 동조했다.
86번의 박수를 받은 오바마 대통령은 '소니픽처스 해킹'으로 촉발된 사이버 공격에 대해서는 "테러리즘과 마찬가지로 사이버 위협에 맞서 싸우겠다"는 일반론만 언급하고, 주범으로 지목한 북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은 CNN의 긴급여론조사에서 성공작으로 평가받았다. 국정연설을 지켜본 미국인 51%가 '아주 긍정적'이라고 했고, '다소 긍정적'도 30%로, 10명 중 8명이 합격점을 줬다. 지난해 조사 때는 44%가 '아주 긍정적'이라고 답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하루 만인 21일부터 이틀간 아이다호와 캔자스주(州)를 방문해 자신의 구상을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는 '로드쇼'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