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허삼관’의 하정우는“감독 제안을 듣고 한단계 성장할 기회라 생각했다”고 했다.

14일 개봉한 영화 '허삼관'이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중국 작가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를 원작으로 재주 많은 배우 하정우(37)가 주연과 연출을 맡으며 큰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저예산 영화 '롤러코스터'(2013)에 이은 하정우의 두 번째 감독작이자 상업영화 감독 데뷔작. 하지만 관객 반응은 냉랭하다. 이 영화와 함께 개봉한 로맨틱코미디 '오늘의 연애'는 이미 100만 관객을 넘겼다. 허삼관은 이제 70만 문턱에 들어섰고 흥행 순위는 4위로 내려앉았다. 이전 하정우 출연작에 비교해도 안타까운 성적표다〈그래픽〉. 평론가들은 이 영화에서 감독 하정우가 보여준 자질과 성취를 높이 평가했지만, 아쉬운 점을 지적할 땐 냉정했다.

우선 원작과의 '불편한 관계'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최광희 평론가는 "영화 만듦새는 나쁘지 않다. 원작에 밴 중국적 특수성을 탈색시켜놓고 한국적 특수성은 의도적으로 배제해 '우리 영화'라는 느낌을 못 준 것이 흥행에는 마이너스였을 것"이라고 했다. 원작은 개인사를 희극적으로 그리면서도 문화대혁명 등 현대사 사건들을 관통한다. 영화는 배경을 1953년 충남 공주로 옮겨왔으나 그 시공간의 의미가 모호하다. 강유정 평론가는 "'무국적 영화'가 되면서 지적인 관객이 떨어져 나갔다. 이야기를 단순화해 관객을 잡으려 했지만 관객은 그리 단순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관객과 평단을 모두 베려 양날 칼을 갈았는데 둘 다 안 먹힌 셈"이라는 것이다.

자식을 위해 피를 파는 아버지 허삼관의 희생적 사랑에 대해서도 '감정이입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심영섭 평론가는 "내 씨가 아니어도 자식으로 받아들이는 중국적 호탕함과 감동 코드가 한국의 순혈주의 정서로는 잘 공감되지 않는다"고 했다. 심 평론가는 "문어체 대사와 연극적 표현이 매력적이지만, 원작을 마음대로 갖고 논다기보다 그 아우라에 눌린 느낌도 있다"고도 했다. 최광희 평론가는 "국제시장을 이미 1000만 넘게 본 터라 관객들이 '부성애 코드'에 좀 물려 있는 상태"라고 했다.

배우가 감독한 영화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관객들이 '얼마나 잘하나 보자'는 마음으로 극장에 가기 때문에 웬만큼 해선 후한 평가를 얻기 어렵다"(강유정), "배우가 감독하는 건 일단 한 점 뺏기고 시작하는 것"(최광희)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평론가들은 공통적으로 감독 하정우가 보여준 가능성을 높이 샀다. 심영섭 평론가는 "정말 다재다능한 배우다. 삶과 인간에 대해 긍정적이고 여유 있게 바라보는 자질이 있어 좋은 드라마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최광희 평론가도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작위적 흥행 장치를 과감히 빼고 영화에 자기 색깔을 구현하는 감독으로서의 자의식을 보여줬다. '그림이 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는 것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