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대한 허위 사실을 보도한 혐의(명예훼손)로 불구속 기소된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加藤達也·49) 전 서울지국장의 19일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정윤회(60)씨는 "사실이 아닌 보도로 나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 강한 처벌을 원한다"고 말했다.
가토 전 지국장은 작년 8월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누구와 만났을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옛 비서실장이었던 정씨와 함께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두 사람이 긴밀한 남녀관계인 것처럼 표현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정씨는 이날 2시간 넘게 증언하면서 세월호 참사 당일 자신의 행적을 소상히 밝혔다. 이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날 박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해 야권이 의혹을 제기한 '의문의 7시간' 동안에 박 대통령과 자신이 만나지 않았다는 해명이기도 했다. 정씨는 "세월호 당시는 물론이고, 박 대통령의 사실상 비서실장을 그만둔 2007년 이후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고, 전화 통화도 한 적이 없다"며 보도 내용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세월호 사건 당일 오전 시간에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자택에 머물렀다고 했다. 오전 10시 30분쯤 집을 출발해 자동차를 몰고,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역술인으로 알려진 이모씨(서울 종로구 평창동) 집으로 갔다고 했다. 정씨는 당시 1층에서 점심을 마치고, 2층으로 올라가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당시 점심식사에는 이씨 이외에 알고 지내던 한학자 원모씨도 동석했다고 했다.
정씨는 "이씨와는 가끔 점심을 하는 사이이고, 당시 군자(君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정씨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 30분까지 그 집에 머물렀다고 했다. 그는 "정확한 시간을 기억할 수 없지만 대략 그 시간"이라고 했다. 정씨는 오후 2시 30분쯤 이씨의 평창동 집을 나와 다시 신사동의 자신의 집으로 갔다고 했다. 그는 "이후 저녁 약속 시간까지 자택에 머물렀고, 저녁 6시 과거 회사 선배 2명과 서울 신사동의 한 식당에서 만나 10시까지 있다가 집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정씨 행적은 검찰 수사에서도 어느 정도 객관적 증거로 확인됐다. 정씨는 지난해 8월 15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 자신의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진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정씨는 진술서와 검찰 조사에서 당시 역술인 이씨와의 점심을 밝히지 않은 채 "집에 머물렀고, 일하는 아주머니가 알고 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정씨는 이후 사고 당일 오후 자신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 발신지가 서울 평창동으로 나오자 이씨와 점심을 했다고 진술을 바꿨다. 이날 가토 전 지국장 측 변호인도 이런 정씨의 진술 번복을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이에 대해 정씨는 "4개월 전(작년 8월 기준) 전 일이라 생각나지 않았고, 내가 직접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뽑아 검찰에 제출하면서 '내 휴대전화 발신지를 추적하면 내가 어디에 있었는지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전제를 달았다"고 말했다.
정씨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보면 세월호 사고 전날 오후 2시부터 사고 당일 오후 2시 30분까지 24시간 동안 통화 내역은 없었다. 사고 당일 오후 2시 30분 발신 내역에 대해 정씨는 "점심 때 받지 못한 전화를 다시 걸었을 뿐"이라고 했다. 이후 오후 시간에 이뤄진 4건의 통화 내역에 대해서도 "전처(前妻)가 소유한 건물의 관리부장, 전 직장 선배와 후배들과 통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후배가 청와대 비서관 3인방이 아니냐"는 변호인 신문에 대해서는 "아니다"고 했다.
정씨는 이날 증인신문을 모두 마친 뒤 산케이 신문 보도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그는 "터무니없는 일로 재판정에서 서게 되는 게 황당하다"며 "국적이나 직업을 떠나 실수나 오해는 할 수 있지만, 이 문제는 정도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간의 기본적인 양심에 비춰 사실이 아니라면 인정도 하고, 반성도 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정씨 증언이 이어지는 동안 가토 전 지국장은 간간이 메모만 할 뿐 정씨를 직접 쳐다보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