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선행과 미담(美談)이 적지 않지만 진짜 순도(純度) 높은 감동을 느끼는 일은 흔치 않다. 어제 본지 1면에 실린 '의정부 화재 동아줄 의인(義人)' 이승선(51)씨 스토리가 그런 뭉클한 감동을 줬다. 어느 독지가가 의정부 아파트 화재 때 밧줄로 주민 10명을 구한 그의 행동에 감명받아 성금 3000만원을 전하려 했는데 이씨가 한사코 거절했다는 것이다. 이씨는 "그 돈이 저보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데 쓰이기 바란다"며 사양했다. 이씨는 본지 기자에겐 "땀 흘려 일한 대가로 얻는 돈이 달콤하지, 시민으로서 같은 시민을 도왔다는 이유로 돈을 받을 수는 없다"고 했다. 이씨는 독지가가 전달하려 했던 돈이 3000만원이었다는 사실은 몰랐다면서 "3억원이더라도 받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지난 10일 우연히 화재 현장을 지나다가 아파트 3~8층에서 유독가스에 갇혀 꼼짝 못하던 주민들을 보고는 갖고 다니던 밧줄을 이용해 10명을 구해냈다. 20년간 고층 빌딩에 간판 다는 일을 해온 이씨는 위험을 무릅쓰고 화염이 넘실대는 현장으로 뛰어들어 귀한 생명들을 구해낸 것이다. 승객들을 팽개친 세월호 선원들의 행태를 목격했던 국민은 그의 용기(勇氣)와 의로움에 박수를 보냈다.
그런데 이씨는 독지가의 성금까지 사양해 감동을 몇 배 더 키워줬다. 돈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서로 물어뜯기까지 하는 세상에서 자기의 의로운 행동에 보상으로 주는 명분 있는 돈을 뿌리친 것이다. 그는 "내가 살릴 수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 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작은 선행이라도 공치사를 갖다 붙이기 바쁜 우리 주변에서 좀체 만나기 힘든 겸손함이다.
그의 직업은 힘들고 고달프면서 남이 알아주지도 않는 일이다. 그런데도 그는 "땀 흘려 번 돈이라야 달콤하다"는 금전(金錢) 철학을 분명히 했다. 열심히 일하며 어려운 사람을 돕고 사는 건실한 삶의 자세를 볼 수 있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의 선행에 적지 않은 돈을 선뜻 내놓은 독지가도 따뜻한 인간애를 가진 분이다.
이씨처럼 밝고 바르게 사는 사람들의 행동거지는 주변 사람들에게 퍼져 나가 사회를 비춰주는 횃불이 된다. 이씨 같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서 밑바닥을 굳게 받치고 있기에 이 나라가 이 정도 버티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승선씨가 모처럼 대한민국 국민의 자부심(自負心)을 되살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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