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지율과 야당 지지율은 밀물 썰물처럼 맞물려 움직인다. 한쪽 지지율이 차오르면 다른 쪽 지지율은 이지러진다. 지지율 순환이 순조로워야 정치가 정상(正常) 운행한다. 이 리듬이 깨지면 나라 안에 울분이 쌓여가고 끝내는 나라와 국민이 함께 몸져눕게 된다. 대안(代案)으로서의 야당이 그래서 필요하다.
어제 발표된 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35%였다. 취임 후 최저(最低)다. 1주일 만에 5%가 빠졌다. 대통령 지지율의 바닥이 40%라는 고정관념도 깨졌다.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 못하고 있다는 사람이 55%였다. 집권 3년째 대통령으로선 노무현(57%) 전 대통령 다음으로 나쁜 성적이다. 청와대는 어쨌는지 모르지만 대통령 기자회견을 지켜본 국민은 놀라지 않았다. 문고리 권력에 대해서, 장관들의 국정(國政) 대면(對面)보고 기회를 늘리는 문제에 대해서, 탕평(蕩平)과 화합 인사(人事)에 대해서, 대통령은 '마이 웨이(my way)'로 일관했다. 파란불만 들어오고, 빨간불과 노란불은 먹통이 된 신호등 같았다. 대통령이 국민을 이기고 또 이기면 국민도 제 갈 길을 간다.
사실은 대통령보다 심각한 건 새정치민주연합 처지다.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지난주 24%에서 23%로 내리막형(型) 제자리걸음을 했다. 새누리당 지지율도 44%에서 43%로 꼬리를 내렸다. 같은 제자리걸음이라도 두 정당의 제자리걸음은 해석이 정반대다. 새누리당은 인사혼란, 세월호 사태, 국무총리 연속 낙마(落馬), 정윤회 문건과 그 유출에 관해 대통령과 공동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다. 대통령 민정수석의 지시 불복(不服)이나 청와대 하급 비서관이 여당 대표에게 삿대질을 한 사태도 모른 체할 형편이 못 된다. 그런 배경에 비추어보면 새누리당의 제자리걸음은 선방(善防)에 가깝다. 대통령 지지율에 얹혀 지내던 더부살이에서 벗어나 모처럼 청와대를 향한 발언권을 얻은 셈이기도 하다.
대통령 지지율을 바닥으로 끌어내린 두 가지 큰 요인(要因)은 대구·경북 지역 민심 변화와 핵심 지지층인 50대 이상 연령층의 이탈(離脫)이다. 대구·경북 지역의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작년 22%에서 올해 46%로 수직(垂直) 상승했다. 50대 이상 연령층의 부정 평가 비율도 50%에 달했다. 취임 첫해의 3배, 작년 중반의 2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이 지역들과 세대의 이탈은 대통령을 향한 경고성(警告性) 일시 이탈의 성격이 짙다. 대통령이 바뀌면 즉시 귀가(歸家)할 사람들이다.
새정치연합 사정은 다르다. 새정치연합의 낮은 지지율은 체질성 만성(慢性)질환이다. 2012년 대선 때 득표율 48%는 선거가 끝나고 2주일도 되지 않아 24%로 반 토막이 났다. 그러고 2년 내내 20%대 지지대에 갇혔다. 대통령 지지율 40%대가 철옹성 같은 콘크리트 디딤돌이었다면 새정치연합 20% 지지율은 콘크리트 감옥이나 한가지였다. 새정치연합이 이 감옥 밖으로 나가 본 것은 안철수당(黨)과 합당 직후의 2주 동안뿐이었다. 그때 지지율이 31%였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하던 때의 지지율 29%도 새누리당의 36%보다 낮았다. 시·도지사 4곳을 휩쓴 충청권에서의 지지율도 새누리당 지지율 49%의 절반인 28%밖에 안 됐다.
새정치연합 지지율의 미스터리는 대통령과 여당이 악재(惡材)를 만나면 자기네 지지율이 더 빨리 더 큰 폭으로 추락하는 것이다. 세월호가 가라앉고, 총리 후보가 인사청문회에 서보지도 못한 채 연거푸 말 등에서 굴러 떨어지고, 청와대가 '십상시(十常侍)의 난(亂)'이라는 요망한 소문에 휩싸여도 새정치연합 지지율은 대통령을 쫓아가며 동반(同伴) 하락했다. 야당이 국민의 희망이고 대안인 시절이라면 대통령이 고장 난 신호등을 수리하지 않은 채 방치하는 사태는 생각도 할 수 없다.
10년이면 강산(江山)이 변한다. 2017년 대선이면 새누리당 시대가 10년을 맞는다. 그땐 386의 70%가 50대에 들어선다. 50대의 54%가 새누리당을 지지하고 18%가 새정치연합을 지지하는 세대 성격이 달라질 수도 있다. 갓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의 40%가 실업 상태에 있고, 65세 이상 노인 두 명 가운데 한 명이 빈곤선에서 헤매고, 자영업을 하는 40대 대졸(大卒)들이 스스로를 가장 불행한 세대라며 하소연하는 팍팍한 세상도 쉽게 달라지기 어렵다. 새정치연합 귀가 솔깃할지 모르지만 이게 다 독(毒)을 머금고 덫을 숨기고 있는 유혹이 될 수도 있다.
통합진보당의 국회 진출 길을 빗자루로 쓸어주던 세력이 여전히 새정치연합의 실세(實勢) 주주들이다. 그들은 국민에게 반성한 적이 없다. 반성하지 않은 실패는 다시 반복된다. 패배에 길들여진 정당은 그 관성(慣性)을 떨쳐내기 힘들다. 그래서는 야당이 국민의 희망이고 대안인 시대를 열 수 없다. 새정치연합의 다가오는 전당대회는 누구와의 싸움도 아닌 자기와의 싸움이다. 반성을 회피하는 체질과 길들여진 패배의 관성과 겨루는 낭떠러지 한판 승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