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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공항을 읽다|크리스토퍼 샤버그 지음|이경남 옮김|책읽는귀족|368쪽|1만6000원

장거리 비행을 할 때 지겨워지면 좌석 모니터로 운항 정보를 본다. 여객기는 지구 위의 한 점에서 다른 점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출발지와 행선지의 시간, 비행 속도와 외부 기온, 더 가야 할 거리 같은 정보까지 일러준다. 불투명한 인생의 항로와는 사뭇 다르다. 친절하고 명료하다.

이 책은 공항(空港)을 텍스트 삼아 읽는다. 여행객이 떠나고 도착하는 곳이다. 그들이 어떤 책을 챙기는지, 출발 라운지 풍경은 어떤지, 어떤 미스터리와 불안이 숨어 있는지, 기다림이란 무엇인지, 수하물 찾는 곳(baggage claim)은 또 어떤 의미인지….

미국 문학평론가인 저자는 "공항은 통과하기 위해, 그것도 빨리 통과하기 위해 설계되었다"고 말한다. 인류학자 마크 오제가 말한 '비(非)장소(non-place)'의 전형이란다. 일상과 분리돼 있다는 점에서 공항은 다른 세계로 통하는 출입구다. 우리는 여느 장소라면 절대 참지 않을 일들을 공항에서는 감내한다.

"혼돈과 파격이 가득한 세상에서 터미널은 우아함과 논리가 지배하는 흥미로운 피난처"라고 알랭 드 보통은 말했다. 하지만 공항은 종종 기다림이라는 숙명을 부과한다. 항공편이 지연되거나 취소될 때, 부친 짐이 도착하지 않을 때 우리는 난폭해진다. '기내 난동' 소식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톰 행크스가 주연한 영화 '터미널'에서 뉴욕 JFK 국제공항은 유토피아에서 디스토피아로 바뀌는 회전 장치와 같다. 주인공이 미국으로 날아오는 동안 고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나고 '유령 국가'가 되면서 그는 공항에 갇힌다. "인생은 기다림(Life is waiting)"이라는 말을 절감한다. 이 책은 9·11테러 이후의 보안 강화, 감시 카메라, 전신 스캐너 등 공항 검색에서 우리가 느끼는 불안을 묘사한다. 인생을 밀도 높게 조사받는 기분 말이다.

공항에서 짐이 나오길 기다리는 남자. 수하물 찾는 곳은 여행의 낭만이 끝나고 따분한 의무와 무거운 일상을 집어 들어야 하는 지점이다.

사람들은 툭 하면 비행기를 '새'라고 말한다. 조류학과 항공 문화는 서로 얽혀 있다. 비행기는 눈부신 날개에 알루미늄 폐를 가졌고, 공항은 새집으로 여겨진다. 새는 인간의 비행을 보호해주는 존재지만 거꾸로 심각한 사고를 부르기도 한다. 2009년 1월 캐나다에서 날아온 기러기 떼에 부딪쳐 허드슨강에 비상 착륙한 US항공 여객기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경우다. 공항들은 정기적으로 새 떼 소탕 작전을 벌인다.

이 책은 소설과 영화가 공항을 어떻게 그리는지 분석한다. 아서 헤일리의 소설 '공항'에서 주인공은 푸코의 판옵티콘(panopticon)처럼 관제탑에서 내려다보며 모든 것을 통제한다. 이른바 '공항 소설'은 존 그리샴처럼 부담스럽지 않고 책장이 바삐 넘어가야 한다. "계획적인 진부함이 특징이다. 여행하는 동안 소비되도록 만들어진 일회용 여흥과 같다."

공항에서 수하물을 싣거나 보안검색원으로 일한 경험도 담겨 있다. 초반부가 버거운 책이지만 견디면 양력(揚力)으로 날아오를 수 있다. 영화 '졸업'에서 더스틴 호프만이 비행기에서 내려 짐을 찾을 때까지 사이먼 앤 가펑클의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가 흐르는 장면을 묘사할 때가 가장 흥미롭다. 회전 벨트 앞에서 수하물을 찾으면서, 내 존재를 말해주는 물질적이고 부담스러운 짐을 끌어내리면서, 출발한 곳으로 돌아왔다는 느낌에 휩싸인다. 여행의 끝에서 조금 쓸쓸해진다. 원제 'The Textual Life of Airpor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