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가 며느리의 임신을 막기 위해 2년간 피임약을 영양제로 속여 먹인다. 첫째 아들이 무정자증, 둘째 며느리가 불임 판정을 받자 대(代)를 이으려고 둘째 아들의 정자로 첫째 며느리에게 인공수정을 시키려 한다. 지난 2일 종영한 SBS 아침드라마 '청담동 스캔들' 줄거리 일부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달 24일 "비윤리적 내용을 청소년 시청 보호 시간대에 방송한 지상파 드라마에 대해 법정 제재를 의결했다"며 '주의'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드라마는 불량식품에 더 끌리는 시청자들의 심리를 자극하며 시청률 20%를 넘겼다.
지상파 드라마의 선정성이 점입가경이다. 2008년부터 방통심의위 지상파 드라마 심의 내역을 살펴보면, 형부와 처제가 불륜 관계(MBC '흔들리지 마'·2008), 납치·불륜·낙태 강요가 뒤섞인 복수극(SBS '아내의 유혹'·2009), 여주인공이 대리모가 돼 아이를 낳은 뒤, 그 아이의 집안 남자와 결혼해 친자를 조카로 맞는 내용(SBS '천만번 사랑해'·2010) 등이다. 해를 거듭해도 자정 노력은커녕 더 악화되고 있는 것. 유일기 한국방송비평회장은 "방송 문화를 선도해야 할 지상파가 방송 생태계 파괴에 앞장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에도 복수를 위해 대리모가 돼 출산한 아이를 가로채거나(KBS '뻐꾸기 둥지') 불임인 며느리를 구박하며 대리모를 권유했다가 이혼시키는(MBC '엄마의 정원') 등 비슷비슷하고 선정적인 드라마가 오후 8~9시대에 방영됐다.
지상파가 막장에 매달리는 이유는 제작비 절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KBS 신현수 PD는 "자극성으로 승부를 보면 되니까 톱스타 섭외도 필요 없고, 익숙한 스토리에 자극적 설정만 끼워넣으면 된다. 창의력 대신 시청률 지상주의와 야합하는 것"이라 꼬집었다.
시청률 앞에선 어떤 비판도 상관치 않는다. MBC 일일극 '오로라 공주'(2013)는 질 낮고 황당한 전개에 분개한 시청자들이 온라인에서 연장 반대 서명운동까지 벌였지만, MBC는 총 30회 연장을 결정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같은 작가에게 같은 시간대 일일극 집필을 맡겼다. 방통심의위 최은희 지상파텔레비전팀장은 "점점 수위가 높아지는 만큼 올해부터 심의 기준을 대폭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