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의 한 교회 안에 8일 오후 깻잎무침, 멸치볶음, 볶음고추장, 고추장아찌 등이 오른 반찬 매대가 차려졌다. 교회에서 만난 주부 10명이 직접 만든 반찬이었다. SNS를 통해 반찬을 미리 주문한 사람들은 현금을 내고 반찬을 받아 갔다. 경기도 오산에서 차로 30분을 달려온 박효진(35)씨는 "맛도 있고 화학조미료도 안 써서 건강에도 좋고, 수익금을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 쓴다고 하니 더욱 좋다"고 했다. 지난해 수익금 전액인 700만원을 아프리카 식수 펌프 설치에 써달라며 기부한 '우리 마을 착한 반찬' 얘기다.

'우리 마을 착한 반찬'은 교회 내 주부들의 독서 토론 모임에서 출발했다. 한 국제구호활동가가 쓴 책을 읽다가 아프리카 식수 펌프 이야기가 화제가 됐다. 아프리카 오지 사람들의 삶에 필요한 식수 펌프 하나를 설치하는 데 700만원이 든다는 내용이었다. '모금을 해보자'며 방법을 궁리하던 주부들은 늘 회원들을 감동시키는 정재연(58)씨의 요리 솜씨에 주목했다. "함께 반찬을 만들어 팔아보자"는 것이었다.

8일 오후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한 교회 안에서 수제 반찬을 팔고 수익금 전액을 아프리카 식수 펌프 설치에 기부한 주부 10명이 반찬을 들고 아이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지난해 초부터 목요일마다 교회에 모여 정씨의 주도로 반찬을 만들었다. 싸고 좋은 재료를 찾느라 화요일마다 농수산물 시장을 샅샅이 훑었고, 인근 농촌 마을로 가서 냉이를 캐고 고추나 깻잎을 따오기도 했다. '가족한테 주는 마음으로 건강에 나쁜 것은 넣지 않는다' '재료비를 뺀 수익 전액을 기부한다' '선행을 앞세우기 보다는 맛있는 반찬을 만드는 것으로 승부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처음엔 손님이 교회 신도뿐이었지만 '백화점 반찬에 비해 가격은 절반 수준, 맛은 훨씬 낫다'는 소문이 나면서, 외부인들도 멀리서 찾아오는 명물이 됐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때는 특별 모금용 돈가스를 만들어 판 50만원을 성금으로 내기도 했다. 46번 지나간 목요일마다 반찬 가게를 열어 모은 수익금 700만원을 지난달 후원 기관에 전달했다. 올해도 8일부터 반찬 판매를 시작해 연말에 수익금을 기부할 계획이다. 첫 판매에 나선 이날 40명이 반찬을 사가면서 20만원 정도 수익이 났다.

김아라(41)씨는 "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장담은 할 수 없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반찬 판매를 통한 기부를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