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지방선거 때 서울시교육감 후보였던 고승덕씨와 자녀의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을 제기했다가 허위사실 유포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조희연(59)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6일 법원에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차관급에 해당하는 고위공무원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는 건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선거 운동이 한창이던 지난해 5월 조 교육감이 "고승덕 후보의 두 자녀가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고, 고 후보도 미국 영주권을 보유했다는 제보가 있으니 해명하라"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비롯됐다. 결과적으로 이 의혹은 허위로 판명났고, 보수단체들이 이를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한 것이다. 이에 대해 조 교육감은 "고 후보에게 사실을 해명해달라고 요구했을 뿐"이라며 허위사실 유포가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조 교육감 측은 국민참여재판 신청 이유에 대해 "문제의 발언은 당시 선거 과정에서 여러 후보들이 주고받았던 공방 중에 나온 일부분인데, 자칫 재판부가 '허위사실이냐 아니냐' '영주권이 있냐 없냐'는 부분에만 국한해 판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우려를 변호인단에서 제기한 걸로 안다"면서 "그래서 아무런 편견 없이, 일반 배심원들에게 당시 전후 사정과 상황을 다 설명하면서 발언의 의도를 보여주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리'를 따지는 법관보다는 일반적인 국민(배심원)들의 '법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조 교육감의 이런 선택엔 위기감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일반적인 국민들의 법 감정에 호소하겠다는 건 법대로 판결할 경우 유죄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허위사실 유포의 경우 법정형은 7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3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현행법상 100만원 이상 벌금형에 처해지면 당선이 무효가 되기 때문에 유죄가 인정되면 자칫 교육감직을 잃을 수도 있다.

지난해 서울시 교육감 후보로 나섰던 고승덕씨.


조 교육감 측은 "배심원들에게 전후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민참여재판에 상당한 기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가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재판부는 수용 여부를 다음 달 6일 열릴 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밝힐 예정이다. 지난해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으나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은 적이 있다. 당시 재판부는 신속한 재판 진행을 이유로 들어 국민참여재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만약 조 교육감의 국민참여재판 신청을 재판부가 받아들일 경우 재판은 이르면 오는 3월 말쯤 열릴 전망이다. 그러면 당분간 서울 교육은 뜨거운 '법정 드라마'에 휘말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