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등 해소를 위해 고소득자에 최고 80%의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 책 '21세기 자본'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토마 피케티(43·사진) 파리경제대(EHESS) 교수가 1일 프랑스 최고 권위 훈장을 거부했다. 특히 이 날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2012년 17년 만의 사회당 집권에 성공하며 야심 차게 도입한 '부유세 75%'를 2년 시행 끝에 포기한 날이었다.

피케티는 이날 프랑스 정부가 자신을 '레지옹 도뇌르' 훈장 수상자로 선정하자 "훈장을 누구에게 줄지 결정하는 게 (지금) 정부가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프랑스 경제나 살려라"며 거부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피케티의 훈장 거부가 특히 이목을 끄는 것은 올랑드와의 인연 때문이다. 피케티는 2007년 프랑스 대선 당시 올랑드의 전(前) 동거녀인 세골렌 루아얄 후보의 경제 자문을 맡는 등 사회당 지지자였다. 2012년 대선 때도 진보적 지식인 42명과 함께 올랑드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했었다. 당시 피케티는 "올랑드는 여러 한계에도 어쨌든 (올랑드의 대선 경쟁 후보였던) 니콜라 사르코지보다는 낫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올랑드에 대한 피케티의 지지는 오래가지 않았다.

올랑드는 연소득 100만유로(약 13억원) 초과 소득에 대해 최고 75% 세금을 부과하는 부유세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다. 하지만 집권 후 경제성장 논리에 밀려 부유세 부과 기준을 완화했다. 그러자 피케티는 "무능한 정부가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피케티는 지난해 올랑드가 총리를 교체하며 친기업 정책을 강화하자 "올랑드의 즉흥적인 행보가 매우 슬프다"며 비판했다. 그리고 '부유세 75%'가 폐지된 날, 훈장까지 거부해 버린 것이다.

1일 발표된 '레지옹 도뇌르' 명단엔 지난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파트릭 모디아노(70)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장 티롤(62) 등이 포함됐다. 나폴레옹 때 만들어진 이 훈장을 거부한 것은 피케티가 처음은 아니다.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는 "알베르 카뮈, 장 폴 사르트르, 시몬 보부아르 등도 국가권력에 종속되기 싫다며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1864년에는 정부가 작곡가 엑토르 베를리오즈에게 연주료 3000프랑 대신 '레지옹 도뇌르'를 주겠다고 하자 "훈장에는 관심 없고 돈이나 달라"고 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수상자가 9만2000여명으로 너무 남발된다는 주장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