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종류의 실용서를 싫어하는 편이다. 하지만 우연히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을 읽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저자가 일본의 게이오 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의사라서가 아니다. 이 책은 '어떤 죽음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어떻게 더 잘 살 것인가'를 묻는다. 잘 쓰인 실용서 한 권은 철학서 느낌마저 풍기는데, 대개 그것은 초점이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맞춰지기 때문이다. 죽음을 생각하면 현재의 삶은 훨씬 더 명확해지고 핵심만 남는다. '죽음은 삶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스티브 잡스의 말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40년 동안 의사로 일해 온 곤도 마코토는 의료 행위가 제약회사와 맞물린 비즈니스임을 고백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병원에 자주 갈수록 과잉 진료를 받게 되고, 건강검진을 자주 할수록 담배나 중금속처럼 대표적인 항암 물질인 방사능에 피폭되는 일이 잦아진다. 그는 한국인과 체형이나 체질이 유사한 일본인의 암은 대부분 위암이나 유방암처럼 덩어리로 이루어진 고형암이 많은데, 그런 암에는 항암제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혈액암처럼 항암제가 잘 듣는 암이라면 몰라도 '간암'이나 '위암' '식도암' '유방암'처럼 자연 상태로 놔두면 통증이나 증상이 거의 없는 암들에 대해 고통스럽게 항암치료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항암제는 맹독이며, 항암제의 효과란 '암 덩어리를 일시적으로 작게 하는 것'일 뿐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일본 도쿄 시민들이 긴자 거리를 걷고 있다. 도쿄의 게이오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한 의사 곤도 마코토는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에서 “의료 행위는 제약 회사와 맞물린 비즈니스”라고 했다.

암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진짜 암과 유사암이다. 환자 중에는 운이 좋아서 암을 일찍 발견해 절제한 후 이렇게 오래 살고 있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대개 '유사암'인 경우다. 그의 진단에 의하면, 진짜 암은 발견된 즉시 이미 전이가 되었을 것이므로(대개 병원에서 초기라 말하는 암의 크기는 1㎝ 미만이지만, 이것은 암의 생애주기로 보면 이미 원숙기에 달한다) 절제 수술이나 항암 치료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는 암으로 고통스러워하다가 죽는 것은 암이 아니라 '암 치료'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의사는 무조건 암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의사의 말을 무조건 신뢰하기 보다는 자신의 생명에 대해서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성찰할 기회를 갖는 게 좋다고 충고한다.

"아무리 보톡스 주사로 주름을 편다 해도, 피부는 해마다 착실하게 수분량이 감소하여 주름이 늘어난다. 따라서 어느 정도의 통증이나 불편함은 '자연의 섭리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그런 증상과 잘 사귀어 나가는 것이 합리적인 태도다. 고혈압이나 고콜레스테롤혈증처럼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증상에는 의미가 있다. 늙어간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위해 필요한 변화인 것이다. 그러니 이런 증상을 함부로 약으로 억눌러서는 안 된다… 성인이 되면 동맥도 노화로 딱딱해져서 혈액을 흘려보내는 힘이 약해진다. 따라서 우리 몸은 나이를 먹을수록 혈압을 높이려고 한다. 뇌나 손발 구석구석까지 혈액을 잘 전달하기 위해서다. 이런 상태를 약으로 떨어뜨리면 지각이 둔해지거나 몸이 휘청거리게 된다."

핀란드의 한 연구팀이 75세부터 85세까지 '혈압 강하제를 먹지 않는' 남녀 521명을 추적 조사했는데, 그 결과 80세 이상 그룹에서는 최고 혈압이 180㎜Hg 이상인 사람들의 생존율이 가장 높고, 최고 혈압이 140 이하인 사람들의 생존율은 떨어졌다. 그런데도 일본에서는 최고 혈압이 130만 넘어가면 위험하다고 약을 권하고 있다. 그는 이런 상황들은 제약회사의 로비 때문이라고 경고한다.

의사 곤도 마코토는 우리가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그의 견해를 100퍼센트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우리가 '상식'이라 생각하는 것들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것의 계보학을 살피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고지혈증이나 고혈압의 정상 수치가 예전에 비해 점점 낮아지는 현상은 거대 제약 업계의 활황과 관련성이 있기 때문이다. 의사 생활 40년의 이 남자는 그 어떤 약에도 부작용의 위험이 있으므로 복용량이 많아지면 틀림없이 몸에 문제가 생긴다고 말한다. 특히 우리 몸이 스스로 몸 안의 병들과 싸우며 내는 열이나 기침은 자연스러운 치유 과정의 일부이기 때문에, 항생제를 투여하거나 감기약을 먹는 것은 되도록 자제하고 이불로 땀을 내거나 푹 쉬는 등의 옛날식 치료가 더 낫다고 한다. 항생제 남용은 일본과 한국의 고질적인 병폐이기도 하다.

누구나 죽음에 대해 생각할 때 고통 없이 한 번에 죽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이런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선 우선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하고(특히 노년의 골절은 위험하다) 응급 상황이 아니면 병원에 가지 말고 (병원 감염, 방사선 피폭 위험),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손발과 입을 자주 움직이며,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하라고 충고한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의사들은 왜 쉽게 죽음을 맞이할까'란 글이 많은 인기를 모았다. 나는 이 글을 꽤 주의 깊게 읽었는데,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얘기가 많았다. "거의 모든 의료전문가가 사람들에게 행해지는 소위 '헛된 치료'를 목격해 왔다. 의사들이 임종에 이른 중환자들을 첨단 기술로 치료하는 게 그것이다. 환자는 수술을 받고 튜브를 삽입하고 기계에 매달려 약물 세례를 받는다. 이 모든 것이 하루에도 수만달러의 비용이 드는 중환자실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동료 의사들이, 말은 조금씩 다르지만, 얼마나 자주 내게 이런 얘기를 했는지 모른다. '내가 만약 이런 처지에 놓이게 되면 차라리 나를 죽여주겠다고 약속해 줘.' 어떤 의료인은 자신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하지 말라는 뜻을 새긴 메달을 갖고 다닌다. 나는 심지어 문신으로 새긴 사람도 보았다."

이제 우리는 의료 발달로 쉽게 죽지 못하는 시대를 맞았다. 곧 맞이할 100세 시대, 아니 그 이상의 시대가 의미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평온한 죽음'의 문제를 조금 더 성숙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왔음을 알리는 증표다. 생명 연장의 꿈이 '길이'가 아닌 '삶의 질'에 맞춰져야 함은 물론이다. 나 역시 의미 없는 연명치료로 고통 속에서 의료 장치에 매달려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삶'을 살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

●의사에게 살해당하지 않는 47가지 방법―곤도 마코토 지음. 그는 항암제의 독성과 암 치료에 관한 정보를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제60회 기쿠치칸 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