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송원 사회부 기자

국토교통부 항공안전감독관 김모씨가 대한항공 항공기 회항 사건에 대한 국토부 조사 내용을 대한항공 임원에게 알려준(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26일 구속됐다. 25일 밤 10시쯤 영장이 청구되자, 26일 오전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가 시작됐고 이날 오후 5시 무렵 영장이 발부됐다. 속전속결이었다.

이번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30일로 예정돼 있다. 사전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지난 24일이었다. 검찰의 수사가 승무원·사무장·승객 소환, 조 전 부사장 검찰 출석 등으로 이어지며 지난 2주간 숨 가쁘게 진행된 반면, 법원 심문기일이 영장 청구 후 일주일 가까이 뒤로 잡힌 데 대해 고개를 갸우뚱한 이가 많다. 한 현직 변호사는 "심문기일 날짜를 듣고 무슨 사정이 있는가 의아했다"고 했다.

영장실질심사는 감독관 김씨처럼 체포된 피의자의 경우엔 영장이 접수된 다음 날, 조 전 부사장처럼 체포되지 않은 피의자는 하루쯤 더 여유를 두고 실시되는 게 관행이다. 그런 점을 감안해도 두 피의자의 영장이 처리되는 일정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최근 한 달간 진행한 사건의 체포·미체포자 실질심사가 모두 영장 청구 후 하루 이틀 내에 이뤄졌다.

서부지법 측은 "내부 관행을 따랐을 뿐"이라고 설명한다. 조 전 부사장처럼 체포되지 않은 상태의 피의자는 영장 청구(24일) 후 근무일 기준으로 3일 뒤 실질심사를 해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통상적이라면 27일(토요일) 심사가 이뤄지는 게 맞는데, 이번엔 하필 크리스마스가 끼고 주말이 겹치면서 30일로 미뤄졌다는 설명이다. 서부지법 측은 그러나 "왜 서부지법만 이런 관행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뚜렷한 근거나 이유를 대지 못했다. 똑같은 혐의로 영장이 청구된 사람이라도 서부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는 쪽이 방어권 행사에 훨씬 유리해, 형평성 논란마저 벌어질 소지도 있는 것이다.

국토부 조사관 구속 - ‘항공기 회항’사건 관련 조사 내용을 대한항공 측에 유출한 혐의로 구속된 국토교통부 김모 조사관. 김 조사관은 15년간 대한항공에서 근무했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도 "영장심사도 일종의 재판인데 법원에 따라 일정이 들쭉날쭉할 수가 없다"며 "구속영장 발부 주요 이유 중 하나가 증거인멸 우려인데, 이번 사건은 특히 대한항공 측의 증거인멸 의혹이 크게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 오해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서부지법은 지난해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에서도 주범 윤길자(68)씨의 주치의 세브란스병원 박모(54) 교수와 윤씨의 남편 영남제분 류원기(66) 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검찰의 사전구속영장 청구(작년 8월 29일)후 주말을 건너뛴 다음 9월 3일에 진행했다. 서부지법은 그 사건에 대해서도 "관행에 따라 그랬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일반 국민으로서는 "법관이 특정 규정이 아니라 관행이란 이름으로 영장심사 시점을 고무줄처럼 늘렸다 줄였다 하면서 힘 있는 사람들에게 시간적 여유를 주는 것 아니냐"는 상식적인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