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년을 9월에 시작하는 '가을 학기제' 도입을 정부가 내년부터 본격 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가을 학기제를 도입할 경우 초등학교 신입생부터 점진적으로 적용하거나 교육 과정을 일시적으로 늘리는 안(案)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주목을 끌고 있다. 가을 학기제로 전환할 경우 소요되는 예산은 4조~7조원대로 추산된다.
이는 한국교육개발원이 교육부 의뢰로 지난 2012년 실시한 '9월 신학년제 실행 전략 연구' 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만든 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가을 학기제 설계 모형을 만들고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치겠다"며 "2016년까지 가을 학기제 도입 여부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6년에 도입 여부가 확정될 경우 이르면 2018년 시행도 가능하지만, 상당한 비용과 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가을 학기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쪽으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①도입 첫해, 초등 신입생 3·9월 두 차례 받아
현행 3월인 입학 기준일을 9월로 바꾸면 시간적으로 6개월 차이가 발생한다. 한 학년에 다니는 학생들의 생일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1~12월→9월~이듬해 8월). 이런 차이를 해결하는 데 적합한 모델로 크게 3가지가 제시됐다.
가장 적합한 방안으로 소개된 것이 한시적으로 초등학교 동(同)학년 집단을 12개월이 아닌 14개월로 구성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도입 첫해(1년 차) 3월에는 기존처럼 1~12월생인 아이들을 입학시킨 뒤, 당초 이듬해 3월 입학할 예정이던 1~2월생들(8만여명 추정)만 6개월 당겨 9월에 입학시킨다. 이렇게 하면 1월부터 이듬해 2월생까지가 한 학년이 된다.
다음 연도부터 9월 입학을 시행하되, 2년 차에는 3월부터 이듬해 5월생까지, 3년 차에는 6월부터 이듬해 8월생까지 입학 기준을 늘려, 한시적으로 초등학교 신입생을 14개월간 출생한 아이들로 구성한다. 그러면 시행 4년 차부터 초등학교 입학생 생일을 가을 학기제 기준(9월~이듬해 8월)에 맞출 수 있게 된다.
연구진은 "초등 1학년만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사회적 혼란이 상대적으로 작다"고 밝혔다. 하지만 도입 첫해에 3·9월 두 차례 입학한 학생들 때문에 수능을 6개월 간격으로 두 번 치러야 하고, 대학은 정원을 쪼개 2개의 교육 과정을 운영해야 하는 문제점 등이 있다. 소요 예산은 5조8011억원으로 추정됐다.
②교육 과정 6개월 늘리기
두 번째 방안은 전체 초·중·고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년 교육 과정 운영 기간을 15개월로 늘려, 2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도입 3년 차에 9월 가을 학기제를 전체 학교에 정착시키는 게 가능하다. 가령 초등학생 A군은 지금까지 3월에 새 학년을 시작해 이듬해 2월에 학년을 마치고 3월에 진급했다. 하지만 가을 학기제가 시행되면 도입 첫해 3월에 새 학년을 시작해 15개월 공부한 뒤 이듬해 6월에 새 학년에 올라가고, 그다음 해도 또 15개월 공부한 뒤 다음 연도 9월에 진급한다. 이 방식으로는 2년 6개월 만에 가을 학기제가 정상 작동한다는 계산이다.
교육 과정을 연장할 경우 학생들이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기는 점은 장점이지만, 동시에 학사 일정이 느슨해져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이 방안에는 7조8945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③교육 과정 6개월 줄이기
마지막으로 교육 과정을 단축해 가을 학기제를 도입하는 방법이 있다. 한 학년에 12개월인 교육 과정을 1~2개월씩 단축해 3~6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소요 예산은 가장 적게 들지만(2조원대), 교육 과정을 줄임으로써 학생들이 피해를 입는 것이 단점이다. 연구를 수행한 황준성 한국교육개발원 연구기획실장은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을 적용했지만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다"며 "이 연구를 바탕으로 내년 초 몇 가지 안을 추가해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