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우탄 같은 영장류도 인격체로서 자유를 가질 권리가 있다는 상징적 판결이 나왔다. 21일 아르헨티나 법원은 20년 동안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동물원에 갇혀 있던 수마트라 오랑우탄 '샌드라(암컷·28·사진)'에게 '불법적으로 구금되지 않을 법적 권리'를 인정했다고 영국 가디언 등이 보도했다. 영국 BBC는 "샌드라는 '비(非)인간 인격체(non-human person)'로서, 자유를 박탈당한 점을 고려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샌드라의 자유는 지난달 '동물 권리를 위한 변호사연합(AFADA)'이 법원에 '인신보호영장' 청원을 내면서 비롯됐다. 인신보호영장은 불법 구금 상황에 놓인 인간의 신체적 자유를 구제하기 위한 법적 수단이다. AFADA와 동물 보호가들은 "인지 능력이 있는 샌드라를 '사물'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 봐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동물원 측이 10일 이내에 항소하지 않으면 샌드라는 브라질의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방사돼 자유의 몸이 된다. 샌드라는 1986년 독일의 한 동물원에서 태어나 1994년부터 지금까지 부에노스아이레스 동물원에서 지냈다. 오랑우탄은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어로 '숲속의 사람'을 의미한다.
이번 청원을 주도한 변호사 폴 부옴파드레는 아르헨티나 일간 라나시온 인터뷰에서 "법원의 이번 결정은 유인원뿐만 아니라, 부당하게 자유를 빼앗긴 채 서커스·동물원·실험실에 갇혀 사는 동물들에게도 길을 열어줬다"고 말했다.
한편 이달 초 미국 뉴욕주 법원은 개인이 소유한 침팬지를 풀어달라며 동물 보호가들이 낸 인신보호영장 청원을 기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