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친박(親朴) 맏형'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2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충돌했다. 박세일(66)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을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에 임명하는 문제가 이유였다. 김 대표는 당초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박세일 여의도연구원장 임명' 안건을 올려 처리할 계획이었다. 여의도연구원장은 이사회의 의결을 거친 후 당 최고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대표최고위원이 임명한다. 여의도연구원은 지난 18일 이사회를 열어 박 이사장을 신임 원장으로 의결했었다.

그러나 이날 최고위원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서 최고위원은 "박 이사장을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임명하는 것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원들의 전화를 많이 받았다"며 "재고(再考)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친박계가 박 이사장을 반대하는 이유는 전력(前歷) 때문이다. 박 이사장은 2005년 3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이 지지한 행정중심복합도시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수도 분할법'을 막지 못했다"며 의원직을 사퇴하고 탈당했다. 2012년 19대 총선 때는 '국민생각'이라는 정당을 창당해 새누리당과 경쟁구도를 형성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박 이사장을 껄끄러워한다는 얘기도 있었다. 한 친박 의원은 "총선 때 창당한 것은 해당 행위"라며 "당에 대한 로열티가 떨어지는 사람을 왜 쓰느냐"고 했다.

서 최고위원은 또 인재영입위원장에 권오을 전 의원, 국책자문위 부위원장에 안경률 전 의원 등을 임명하는 인사안이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올라온 것에 대해서도 "김 대표와 가까운 사람만 임명하려 한다는 말이 있다. 사전에 상의해야 하지 않느냐"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박 이사장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지지 선언을 했고, 청와대도 반대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박 이사장이 한반도선진화재단을 이끌며 역량을 보여준 만큼 적임 아니냐. 국민 통합을 위해서도 좋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다른 인사에 대해서도 "원칙대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김 대표가 "좀 더 상의해서 인사를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서 최고위원은 비공개회의가 끝나기 전에 회의장을 떠났다. 한 회의 참석자는 "서 최고위원이 문제 제기를 하고, 김 대표가 해명하는 과정에서 논쟁이 있었다"고 전했다. 결국 이날 박 이사장 임명 안건은 최고위원회의에 상정되지 못했고, 다른 인사안은 의결됐다.

이후 서 최고위원은 유기준·노철래·윤상현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과 점심을 한 자리에서도 "당 인사가 왜 이렇게 한쪽으로 편중되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시간을 둔 뒤 박 이사장을 임명 할 것으로 알려져, 이 문제가 또 한 번 당내 충돌 불씨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