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세계 헌법재판기관들의 회의체인 베니스위원회가 결정문을 요청하는 등 세계적으로도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헌재 관계자는 "결정문 작성 이전부터 베니스위원회의 '가이드라인'과 세계 각국의 판례를 검토해 반영한 만큼 이번 결정문은 국제적으로도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매년 우리 헌재의 주요 결정을 영어로 번역해 공개하는 만큼 이번 정당해산 결정문도 번역돼 베니스위원회와 세계 각국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월 국내에서 열린 세계헌법재판회의 제3차 총회에서 강일원(55) 재판관은 "위원회로부터 가이드라인을 비롯해 유럽과 터키의 선례 등 많은 자료를 받았다"며 "정당해산 심판에 참고자료로 쓰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009년 베니스위원회는 '정당 제도에 관한 실천 규약' 등을 통해 "정당해산 심판제도가 지극히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헌재는 이번 결정문에서 '정당해산으로 얻는 이익이 정당해산으로 침해되는 가치보다 커야 한다'는 베니스위원회의 가이드라인 중 하나인 '비례의 원칙'을 8쪽에 걸쳐 설명하기도 했다.

지난 1990년 설립된 베니스위원회의 정식 명칭은 '법을 통한 민주주의 유럽위원회'다. 유럽평의회의 산하 기구로 출범해 초기에는 유럽국가를 중심으로 운영됐지만, 최근 비유럽국가들이 가입하면서 규모가 커지고 있다.

강일원 재판관은 지난 13일 베니스위원회 산하 헌법재판공동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