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여행객들을 유인·납치해 금품을 빼앗은 특수강도단의 두목 최세용(48·구속수감)씨의 필리핀 은신처에서 암매장된 실종자 시신 2구가 발견됐다.

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필리핀 경찰청 납치사건전담반과 함께 마닐라 외곽의 한 주택에서 실종자 홍모(29), 김모(50)씨의 시신을 발굴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최씨를 태국으로부터 임시 인도받아 수사를 벌였고, 공범들로부터 필리핀 실종 여행객 홍모씨 등 한국인 2명을 살해한 뒤 암매장했다는 자백을 받았다.

이에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과 법인류학 교수 등 총 7명으로 합동발굴조사팀을 구성, 필리핀 경찰청 납치사건전담반(AKG)의 협조를 받아 현지 주택 소유주와 끈질긴 협의 끝에 지난달 원상회복을 조건으로 주택 전부가 아닌 내부 바닥에 대해서 부분 발굴해도 좋다는 동의를 받아냈다. 합동발굴조사팀은 비파괴탐측장비(GPR)를 활용해 2곳의 암매장 지점을 지정해 발굴을 시작했고, 발굴 이후 즉시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휴대용 치과X선 촬영기와 실종자 치과기록 및 가족 DNA 등도 미리 준비해 필리핀 당국에 제공했다.

합동조사팀은 지난달 25~26일 실종자로 추정되는 백골 시신 2구를 발굴했다. 시신 1구의 신원이 홍씨인 것을 현지에서 확인했다.

시신이 발견된 곳은 최씨가 공범들과 함께 머무르던 곳으로, 마당이 있던 곳에 시신을 묻고 그 위에 새로 집을 지어 범행을 은폐한 것.

경찰은 지난 5일 홍씨의 시신을 국내로 운구, 정확한 신원 확인과 추가 증거확보를 위해 사체 정밀부검 및 DNA 정밀감식을 하고 있다.

또 나머지 1구의 시신은 필리핀 당국과 신원 확인 중이며, 양국 간의 절차가 종료되면 국내로 운구될 예정이다.

홍씨와 김씨는 각각 2010년 12월과 2011년 9월 필리핀 여행 중 실종됐다.

최씨는 2008년 경기도 안양에서 환전소 여종업원을 흉기로 살해하고 현금 등 1억8500만원을 빼앗아 필리핀으로 달아난 뒤 공범들과 함께 필리핀을 여행하는 한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납치강도 행각을 벌였다. 이들이 2008년 11월부터 2012년 5월까지 저지른 범행은 11건이었는데, 최근 수사에서 8건이 추가로 드러났다.

최씨와 함께 범행을 저지른 공범은 8명이다. 이중 4명은 국내로 송환돼 수감 중이며, 1명은 필리핀에서 자살했다. 또 다른 공범 1명은 필리핀 현지에서 복역 중이며, 필리핀인 공범 2명은 현지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최씨는 2012년 11월 경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태국으로 달아나려다가 여권법 위반으로 붙잡혀 지난해 2월 태국 법원에서 징역 9년 10월을 선고받은 뒤 지난해 10월 국내로 송환됐다

경찰은 최씨와 공범에게 살인강도 혐의를 추가할 예정이다.

경찰은 또 비슷한 시기 실종된 장모(31)씨는 숨진 것으로 보고 있으며, 또 다른 실종자 윤모(38)씨의 행적에 대해 수사를 계속할 예정이다.

더불어 법무부와 공조해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 중인 한국인 공범 1명의 송환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