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6월 한 60대 남성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찾아와 "충북에 있는 2억원 상당의 논을 기부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데 쓰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농지를 기부하지 못했다. '자기의 농업 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농지를 소유하지 못한다'는 현행 농지법 규정 때문에 공동모금회가 논을 기부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12년 현재 우리나라 전체 기부금은 11조8400억원이고, 이 중 65.3%(7조7300억원)가 개인 기부일 정도로 기부 문화도 성숙해졌다. 지난해 55만2000명(650개 기업)이 공동모금회에 월급 기부(총 1267억원)를 했고, 매월 3만원 이상 또는 가게 매출의 일정액을 기부하는 '착한 가게' 캠페인에 동참한 곳도 지난해 6917곳(총 21억1900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부 문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법과 제도가 많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우선 부동산 기부에 대한 법적 절차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직 부동산 기부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절차가 없어 관련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04년 한 남성이 유언으로 "20억~30억원대 부동산을 포함해 123억원을 연세대에 기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고인 재산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유언장에 날인이나 손도장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부동산 기부는 유족들의 유류분 문제나 건물 내 임대차 문제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기부자가 재산을 기부해도 유족 등의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부동산 기부를 받는 비영리법인이 이를 일일이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반드시 법적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부자가 원하는 곳에 기부도 하고, 일정액은 연금으로 받아 노후 생활을 꾸리는 '기부 연금제' 도입도 갈 길이 멀다. 기부 연금을 도입하려는 '나눔기본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 발의돼 있지만,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올해부터 적용되는 세제 개편안이 중산층 이상 기부자들의 기부 동기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세제 개편안에 따르면 3000만원 미만 기부금은 공제율 15%, 3000만원 이상의 기부금은 공제율 25%로 '세액공제'를 해준다. 그런데 과세표준이 4600만원을 초과(소득세율 24% 이상)하는 중산층은 기존의 '소득공제' 방식보다 세금 혜택을 덜 받게 된다. 예를 들어 과세표준이 5000만원인 사람이 연 500만원을 기부할 경우, 작년까지는 120만원(500만원×0.24)의 세금 공제를 받았는데, 올해부턴 45만원이 적은 75만원(500만원×0.15)만 공제 받는다. 박태규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을 예전처럼 소득공제로 하든지 프랑스처럼 세액공제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