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녀를 살해한 뒤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해 버린 혐의(살인 등)를 받고 있는 박춘봉(55)씨는 연길 출신의 중국 동포로, 6년 전 한국에 건너와 주로 수원에서 살았다.

그는 2008년 12월2일 '박○'라는 이름으로 여권을 위조한 뒤 유효기간이 1년인 방문 취업 비자로 입국, 검거 당시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다.

키 160㎝ 초반의 왜소한 체격의 그를 집 근처 마트에서는 2~3일에 한 번씩 들러 소주나 맥주, 과자, 땅콩 등을 사가는 '일용직 근로자' 정도로 기억했다.

물건을 산 뒤에 봉투값을 받으려고 하면 욕을 할 정도로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증언도 나왔다. A씨는 "한 번은 40대로 보이는 여성과 같이 와 여성이 '과일도 좀 사자'고 했는데 버럭 화를 냈다. 화를 잘 내 직원들 사이에서 꺼리는 손님이었다"고 귀띔했다.

최소 수 개월 동안 동거했던 피해자 김모(48·중국 동포)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해 버린 지 채 2주도 안 돼 다른 여성과 모텔에 투숙할 정도로 성 생활도 문란했다.

그는 경찰에 체포된 지난 11일 자신을 '오빠'라 부르며 따르던 또 다른 중국 동포 여성과 모텔에 들어서다 경찰에 검거됐다.

범행 이후에는 나름 치밀한 계획을 세워 증거 인멸 시도를 하는 등 완전범죄를 꿈꿨다.

지난 달 26일 팔달구 매교동 집에서 피해자를 살해한 그는 급히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아가 원래 집에서 300m 거리에 불과한 교동의 반지하 원룸을 월세로 계약했다.

계약서에는 가명을 썼고, 계약 당시 썼던 휴대전화는 바로 해지해버렸다.

보증금 200만 원에 월세 27만 원짜리 매물로 나왔던 이 원룸을 20만 원에 가계약한 그는 시신을 이곳으로 옮겨 화장실에서 훼손했다.

이어 비닐봉지 11개에 나눠 담은 뒤 팔달산 등산로와 수원천 산책로, 야산 등 4곳에 유기했다. 피해자의 휴대전화는 포천까지 가서 버렸다.

술에 취한 상태로 경찰에 검거된 뒤에는 묵비권을 행사하다 살인 등 범행을 자백했다.

그러나 범행 동기에 대해 "(피해자를) 밀어 넘어뜨렸는데 사망했다"고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는 등 감형을 염두에 둔 거짓 진술도 서슴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로부터 피해자의 사망원인이 목 졸림사로 추정된다는 구두 소견을 받았다"며 "박씨의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어 계속 확인 중"이라고 했다.

박씨에 대한 구속여부는 이날 오후 3시 수원지법에서 열리는 영장실질심사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