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꿈은 "우주와 시간에 시작이 있었다는 걸 단 하나의 단순하고 우아한 수식(數式)으로 증명해 보이는 것"이었다. 가장 위대한 현대 물리학자로 손꼽히는 스티븐 호킹(72)이다. 젊은 호킹(에디 레디메인)은 케임브리지대 5월 무도회(May Ball)에서 별처럼 반짝이는 눈을 가진 제인(펠리시티 존스)을 만난다. 학문적 성취와 꿈같은 사랑이 모두 손안에 들어온 것 같던 때, 루 게릭병이 그를 덮쳤다.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르는구나. 오직 절망과 좌절만 있을 거야. 싸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2년 시한부 선고를 받은 아들과의 결혼을 말리는 호킹의 아버지에게 제인은 말한다. "제가 그리 강해 보이지 않는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싸울 거예요. 둘이 함께요."
10일 관객과 만난 '사랑에 대한 모든 것'(감독 제임스 마시)은 시간과 우주의 기원을 설명할 '모든 것들에 대한 이론'(영화 원제 The Theory of Everything)을 좇는 남자와 한 여인의 사랑 이야기다. '노팅 힐'(1999), '러브 액츄얼리'(2003), '레미제라블'(2012)을 만든 영국 제작사 워킹타이틀 작품. '어바웃 타임'이나 '러브 액츄얼리'를 '인터스텔라'와 함께 반죽한 뒤 잘 구워낸 빵처럼 향긋하고 따뜻하다. 실제 호킹의 첫 부인 제인 와일드의 회고록에 바탕을 둔 이야기가 어떤 픽션보다 쫄깃한 실화의 힘을 불어넣는다. 시공간, 우주, 블랙홀 같은 향신료는 호킹이 제인에게 건네는 사랑의 밀어(蜜語) 속에 향기롭게 녹아들었다. 만족도 높은 123분간의 성찬(盛饌)이다. '인터스텔라'로 천체물리학 예습을 마쳤다면 이 식탁은 더 풍성해질 것이다.
호킹이 병고(病苦)의 블랙홀 속으로 빨려 들어갈수록 일상은 힘겹고 사랑은 험난하다. 하지만 영화는 값싼 동정의 덫으로 관객의 감상을 남획하지 않는다. 특히 호킹 역을 맡은 배우 에디 레디메인의 공이 크다. 그는 고장 난 육신에 갇힌 천재의 우아하고 사랑스러운 영혼을 희미한 눈빛과 몸짓만으로 전달하는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다. 루 게릭병 전문의·환자·가족들과 만나 조사했고, 병의 진행 정도에 따른 말하기와 운동 능력을 차트로 만들어 놓고 그때그때 다르게 표현해냈다고 한다. 해외 평단은 그에게서 '나의 왼발'(1989)의 대니얼 데이 루이스를 발견하며 열광하고 있다. 벌써 각종 영화상의 후보로 오르내린다. 제인 역의 펠리시티 존스도 뜨거웠다 깊어져 성숙에 이르는 사랑의 과정을 단단한 연기로 뒷받침한다.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