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동안의 정기국회가 9일 막을 내렸다. 새해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은 지켰지만 법안 처리에 소홀해 '반쪽 국회'였다는 지적이다. 상당수 쟁점 법안이 또 다시 다음 국회로 넘어가게 됐지만 12월 임시국회의 전망은 그리 밝지는 않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송파 세모녀법, 관피아 방지법 등 138개 법안을 의결했다. 전날 본회의가 무산되고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다수의 법안이 보류된 탓에 큰 쟁점이 없는 법안부터 처리한 셈이다. 당초 여야는 전날부터 이틀간 본회의를 열어 300여개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었다.

이날 처리된 법안에는 ▲퇴직 공직자의 취업 제한을 강화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관피아 방지법) ▲기초생활보장 대상을 확대하는 기초생활보장법(송파 세모녀법)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오류로 피해를 입은 학생의 정원 외 입학을 허용하는 특별법 ▲'섀도보팅'(shadow voting·의결권 대리행사제도)의 폐지안을 3년간 유예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등이 포함됐다.

국회는 지난 2일 본회의를 열고 2015년도 예산안을 처리했다. 이로써 여야는 지난 2002년 이후 12년 만에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지키게 됐다.

이로써 여야는 100일 간의 정기국회에서 모두 377개의 안건을 처리했다. 이날까지 총 9120여건의 법안이 계류중인 점을 고려하면 초라한 실적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에서 시급하게 처리해 줄 것을 요청했던 30개 경제활성화 법안 가운데 8건만 처리됐다.

여야도 "미완의 정기국회"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라며 비슷한 평가를 내렸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12년 만에 예산안을 법정시한 내에 처리하는 준법국회가 됐다"며 "11년째 계속된 헌법 무시의 악순환을 끊어낸 것만 해도 적지 않은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초반에는 야당의 장외 투쟁 등으로 허송세월을 보냈고 남은 경제살리기 법안들과 민생법안들은 임시국회로 넘겨지게 됐다"며 "30개 경제 살리기 법안 가운데 8개만 처리하게 되고 나머지는 미뤄지게 돼 아쉽다"고 밝혔다.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도 "100일 간의 정기국회는 절반의 성공과 절반의 실패였다"며 "12년 만에 역사적인 예산안 법정기일을 지킨 성과를 얻었지만 재벌감세를 생각만큼 이루지 못했고 민생과 안전, 지역균형예산 편성에 있어 아쉬운 점도 있었다"고 자평했다.

여야는 오는 15일부터 내년 1월 중순까지 임시국회를 소집해 남은 과제들을 처리할 계획이다. 아울러 오는 29일 법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소집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앞서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는 임시국회 소집 전부터 '2+2' 회동을 열고 공무원연금개혁, 사·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산비리) 국정조사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그러나 12월 임시국회의 순항 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부동산 3법(주택법 개정안ㆍ재건축초과이익 환수폐지법안ㆍ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김영란법, 공무원연금 개혁법 등 상당수 쟁점이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요구하는 비선실세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와 및 특별검사제, '사자방' 국조 등도 법안 처리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최대 관심 사안은 역시 '빅딜'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를 요구하는 새누리당과 '사자방' 국조를 요구하는 야당이 막판 협상을 통해 빅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앞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공무원연금-국정조사 빅딜설'에 대해 "정치라는 게 딜(deal·거래) 아닌가"라며 부인하지 않았다.

부동산 관련법도 지도부 담판을 통해 '주고받기'가 이뤄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분양가 상한제 탄력 적용과 전월세 상한제에 대한 빅딜설이 돌고 있다. 야당이 주장한 전월세 상한제에 대해 여당 내부에서 동조의 목소리가 나왔다.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부의장은 최근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야당에서도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탄력 적용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