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7일 새누리당 지도부와 가진 청와대 회동에서 비선(袐線) 실세 의혹을 담은 청와대 문건 내용을 정면 반박하자, 새누리당은 8일 목소리를 청와대에 완전히 맞췄다. 그러자 새정치민주연합은 "청와대 회동이 오히려 (화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며 전면전 태세에 들어갔다.
새누리당은 전날 야당이 정윤회씨와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 등 문건 관련 인물 12명을 검찰에 고발한 것을 문제 삼으며 반격에 나섰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을 야당에서 또다시 검찰에 고발하는 것은, 이 일을 이용해 여권을 뒤흔들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야당이) 도를 넘었다"며 "야당의 냉정한 이성과 합리적 자세를 촉구한다"고 했다.
사건 발생 이후 공개 발언을 하지 않았던 친박(親朴) '맏형'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도 회의 석상에서 "실체적 진실이 없는 사건을 갖고 고발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치 전망을 어둡게 한다"며 "(과거) 정치권에서 풀 문제는 정치권에서 풀었지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을 고발하는 행위는 일찍이 없었다"고 했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는 몇몇 소장파뿐이었다. 새누리당 일부 초·재선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는 이날 국회에서 모여 박 대통령의 소통 강화를 요구했다. 하태경 의원은 "청와대 문건의 신빙성이 높지 않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지만 가장 본질적 문제는 같은 문건과 사건에 대해 청와대와 내각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상반된 해석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침소리는 대통령의 서면 보고 최소화와 대면 보고 일상화, 기자회견 정례화, 대통령과 여당 대표, 장관들이 참여하는 당·정·청(黨政靑) 협의체 정례화 등을 제안했다.
야당은 박 대통령에 대한 공격 강도를 높였다.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전날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회동에 대해 "국민 앞에 매우 부끄럽고 잘못된 만남"이라며 "누가 봐도 '찌라시(증권가 정보지)'가 아니라 공공 기록물인데 무슨 찌라시 타령이냐"고 말했다. "찌라시에 나오는 이야기들로 나라가 흔들리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을 겨냥한 것이다.
문재인 비대위원은 박 대통령 발언에 대해 "누워 침 뱉기"라며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존재 이유를 부정한 것과 진배없다"고 했다. 박지원 비대위원은 '진돗개가 실세'라는 박 대통령 농담을 두고도 "검찰이 진돗개를 수사하라는 것이냐"고 말했다.
황교안 법무장관이 출석한 국회 법사위에서도 여야 대결은 계속됐다. 우윤근 원내대표 등 야당 의원들은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았는데 대통령이 사건 실체를 부인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반면 여당 이한성 의원은 "대통령이 얼마나 답답했으면 찌라시라는 말을 써가며 개탄했겠느냐"며 엄호에 나섰다. 여야 의원들의 고성이 오가는 가운데 황 법무장관은 "철저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답했다.
청와대 문건 파장으로 여야가 대치 국면에 접어들면서 이날로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도 취소됐다. 여당은 9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300여건에 이르는 민생·경제 법안 등을 처리할 계획이지만 여야 관계가 냉각되면서 '관피아 방지법' 등 일부 합의된 법안만 처리하고 나머지 쟁점 법안은 12월 임시국회로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