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차세대 성장 동력이자 국제 무대에서 외교·안보 파트너로 급부상하고 있는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 정상들이 이번 주 한국을 찾는다. 오는 11~12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번 회의에는 아세안 10개국 정상과 주요 장관, 경제·사회·문화예술계 인사 등 3000여명이 참석한다. 정치·경제적으로 국제적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아세안과의 관계를 한 차원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무대가 펼쳐지는 것이다.

이번 특별정상회의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한국에서 열리는 첫 다자회의다. 박 대통령은 특별정상회의 전체회의는 물론이고 10개국 정상들과 연쇄 개별 정상회담도 가질 계획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 일과 중 상당한 시간을 아세안 공부에 할애했다. 최종문 특별정상회의 준비기획단장은 7일 "아세안 국가들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면서 앞으로 10개국 정상을 한꺼번에 부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회의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했다.

◇'포스트 차이나' 이끌 차세대 경제 엔진

아세안은 지난 몇 년 동안 안정적으로 고속 성장을 해왔다. 이 때문에 '포스트 브릭스(BRICs)' '포스트 차이나(China)'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2008년 이후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에도 2011년 4.7%, 2012년 5.6%, 2013년 5.5%(추정치) 성장했다. 한국의 경제 파트너로서 비중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대(對)아세안 교역 규모는 1353억달러로 전체 교역액의 13%를 차지했다. 이는 대중국 교역에 이어 둘째다. 특히 지난해 아세안에 대한 우리의 무역흑자는 287억달러로 우리 전체 흑자의 65%에 이른다. 우리 해외 건설 수주는 중동에 이어 둘째로 많고, 기업의 투자 액수도 중국 바로 뒤다.

특히 내년 말에는 '아세안 경제 공동체'가 출범한다. 총인구 6억3700만명, 역내총생산(GDP) 2조4000억달러(약 2670조원)의 단일 시장이 만들어진다. 인구 기준으로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계 3위 시장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5년 전만 해도 아세안의 전체 경제 규모는 한국과 비슷했지만, 지금은 두 배 이상으로 커졌다"며 "몇 년 후면 중국의 절반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아세안이 1970년대 중동처럼 정체 상태에 빠진 한국 경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핵 등 안보 공조도 핵심 파트너

아세안은 아시아 유일의 다자 안보협의체인 '아세안 지역안보포럼(ARF)'을 운영하고 있다. 지정학적으로도 태평양과 인도양을 잇는 전략적 요충지다. 더구나 한·중·일 등 동북아 3국이 모두 아세안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물밑 경쟁을 하고 있다. 중국은 아세안의 기간산업 발전을 위해 200억달러(약 21조9000억원)의 차관을 제공하겠다고 밝혔고, 일본도 그동안 아세안과 경제협력을 강화해 왔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아세안과 관계'에서 후발 주자지만 잠재력은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일본이 아세안 국가들과 영토 분쟁·과거사 등으로 껄끄러운 앙금이 있는 반면 우리는 그런 제약 요인이 없다. 아세안 국가들은 한국을 경제성장과 민주화에 성공한 모범 사례로 주목하고 있다.

아세안은 우리에게 북핵과 탈북자 문제 해결 등을 위한 협력 파트너가 될 수도 있다. 아세안 10개국은 북한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지만 북핵에는 반대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핵 해결과 한반도 평화통일 구상을 실현하려면 동아시아 역내 지역협의체를 주도하는 아세안의 지지를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