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從北) 토크 콘서트로 논란을 빚은 황선(40)씨가 탈북(脫北) 여성들의 '끝장 토론' 제안을 하루 만에 거절했다. 황씨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토론이) 민족의 분단을 더 고착화하는 방향이라면, 과감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거부 이유를 밝혔다. 토크 콘서트 공동 진행자인 재미교포 신은미(53)씨도 끝장 토론 여부를 묻는 말에 묵묵부답이다. 종북 논란이 일자 "보지 않고 듣지 않은 것을 말한 적 없다"던 태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두 사람이 하고 있는 유료 토크 콘서트의 주제는 '북한 바로 알기'다. 북한을 바로 알아야 한다는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황씨와 신씨가 설파하는 북한의 모습과 탈북 여성들이 말하는 북한의 모습이 너무나 다른 상황이니, 양쪽의 치열한 토론은 북한의 진짜 모습을 알기 위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신씨는 토크 콘서트에서 "북녘땅이 받아준다면 (남한에 온) 탈북자 80~90%가 돌아갈 것"이라고 했는데, 실제로 그런지는 이들 탈북자들로부터 직접 들으면 될 일이다.
몇 차례 방북 경험이 전부인 황씨와 신씨가 탈북자들 앞에서 북한에 대해 논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 어불성설이다. 앙코르와트에 다녀온 외국인 관광객이 캄보디아 국민 앞에서 킬링필드를 논하겠다는 꼴이나 다름없다. 탈북 여성들이 제안한 '끝장 토론'이란 말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혜택은 다 누리면서, 탈북자가 온몸으로 증언하는 북한의 처참한 인권 상황을 못 본 척하는 황씨와 신씨의 궤변에 대한 분노가 담겨 있다. 우리로 치면 강남의 최고급 산부인과쯤 되는 평양산원에서 출산한 황씨가 북한 출산 정책을 찬양하는 대목에서 토론을 제안한 이순실(46)씨는 "나는 혜산역 보일러실에서 몸을 풀었다"고 했다. 탈북자 한선화(29)씨는 북한 주민이 행복해 보였다는 신씨의 말에 "(북한에 있을 때) 재미교포 관광객들이 오면 한 달 동안 훈련받고 연기를 했다"고 맞받았다.
탈북자 박상학(46)씨는 "황씨와 신씨를 보며 임수경씨를 떠올렸다"고 했다. 1989년 김책공대 학생이던 박씨는 당시 방북한 임수경을 평양에서 만났다. 박씨는 2006년 경기도 시흥에서 당시 야인이었던 임씨의 강연을 들었다. 박씨는 17년 만에 재회한 임씨가 반가워 "그때 손잡았던 북한 대학생들만큼, 지금 우리 탈북자들의 손도 따뜻하게 잡아줄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임씨는 그러나 "지금 여기서 나와 이념 논쟁을 하자는 것이냐. 더 말할 게 없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고 한다. 그 뒤 금배지를 단 임수경 의원은 한 탈북 대학생을 향해 "근본 없는 탈북자, 변절자 ××"라고 막말해 물의를 빚었다. 박씨는 "임 의원 같은 사람들은 탈북자를 만나면 흠칫 놀라는데 북한 사정을 너무나 잘 아는 사람들이라서 기피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황씨와 신씨는 탈북자 앞에서는 꽁무니를 빼면서도, 순회 콘서트를 강행하고 "통일정책에 도움을 주겠다"며 대통령 면담까지 신청했다. 탈북 여성들은 "북한을 제대로 알자고 떠드는데 그렇다면 만나야 할 것은 우리 탈북자이지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탈북자를 만나 토론하는 것이 왜 '분단을 고착화'하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탈북 여성 이순실씨는 "한 마디 말에 백 마디 반박이 돌아올 판이니, 북한을 탈출한 우리와 이야기 나누는 자리가 무서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을 전혀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을 상대로 한 '북한 마케팅'의 허상이 북한의 실상을 뼛속까지 체험한 탈북자들 앞에서 낱낱이 드러날까 두렵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