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375조4000억원 규모의 2015년 예산안에 대해 한목소리로 "원하는 부분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했다. 예산안이 통과된 뒤 여·야·정부가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던 예년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날 "우리 당이 추진하고자 했던 예산은 거의 다 관철됐다"고 했고,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도 "어려운 여건에서도 누리과정(3~5세 무상 보육) 등 서민 예산을 지켜냈다"고 말했다. 정부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복지와 창조경제를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국회 예결위 관계자는 "정부가 경제 살리기를 위해 예산을 작년보다 약 20조원 증액하면서, 숙원 사업들이 상당히 해결됐다"며 "쓸 돈이 많아지니 여야 합의도 상대적으로 쉬웠던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예산의 가장 큰 특징은 복지 관련 예산이 전체의 30%를 넘는 115조7000억원에 달한다는 점이다. 정부안보다 2000억원 증액됐다. '박근혜표 복지 공약'인 기초연금 확대에 올해보다 2조원 이상 늘어난 7조원 정도 배정됐다. 소득 하위 70%인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최고 20만원씩 주는 것인데, 내년에는 464만명이 혜택을 받게 된다. 국민 11명 중 1명이 받는 셈이다. 경로당 냉난방비 지원(298억원)도 정부 예산안엔 없었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추가됐다.
SOC(사회간접자본) 예산도 늘렸다. 당초 정부는 "G20(주요 20개국) 중 우리나라가 국토 면적당 고속도로 1위, 철도 6위인 만큼 추가 투자를 자제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경제 살리기를 위해 올해 23조원대 SOC 예산을 내년엔 24조8000억원으로 늘렸다. 국회는 고속도로 건설 예산을 756억원 늘리는 등 SOC 예산을 정부안보다 4000억원 증액했다.
사업주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임금 인상분을 지원해 주는 예산도 정부안보다 60억원 늘어난 220억원 편성됐다. 국방 예산과 연구·개발(R&D) 예산도 전년보다 크게 늘린 37조5000억원과 18조9000억원에 달했다.
예산안이 상대적으로 순조롭게 처리된 것은 과거 이명박 정부 때의 '4대강 사업'이나 '자원외교'처럼 여야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사업이 없었던 때문이기도 하다. 또 지난 28일 여야 합의로 대기업에 대한 비과세 감면 혜택을 축소하는 등 '부자 증세(增稅)'를 주장하는 야당의 요구를 상당히 들어줬다. 국회 예결위 관계자는 "사실 전날(1일) 오후쯤 일부 항목을 제외하고는 예산안 조율이 모두 끝날 정도로 예산안 심사 과정은 순조로웠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에선 야당 의원이 "지역 예산 확보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에 감사한다"는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 황주홍 의원은 "9년간 중단됐던 남해안 철도 목포~보성 간 철도사업 공사비가 반영됐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최경환 경제부총리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예산 폭탄'을 공언했던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의 지역구(전남 순천·곡성)에는 정부안보다 200여억원의 예산이 더 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화기애애'한 예산안 처리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내년 예산은 사실 빚을 내 각종 사업을 벌이는 것"이라며 "이러다 일본처럼 '빚 중독'에 빠질까 두렵다"고 했다. 실제 정부는 올해 527조원인 국가 채무가 내년 57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향후 5년(2014~2018년)간 늘어난 국가 채무는 총 165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