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지난 1일부터 내년 1월 14일까지 45일간 공식적인 '휴가'에 들어갔다. KBO(한국야구위원회)가 공식적으로 규정한 선수들의 비활동 기간이다. 해외 전지훈련→정규시즌→포스트시즌→마무리훈련으로 이어지는 숨 가쁜 일정을 소화한 다음 주어지는 45일간의 방학은 길면서도 짧다. 결혼과 가족 여행, 그리고 각종 시상식 때문에 숨 돌릴 겨를이 없다.

총각들의 결혼식은 2013년 도루왕에 오른 NC의 외야수 김종호가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었다. 그는 2011년 만난 신부 박수정씨의 마음을 일찌감치 훔치는 데 성공, 지난해 속도위반으로 한 살 난 아들을 두고 있다. 올 초 "나는 이미 유부남"이라는 깜짝 선언을 하며 아내와 두 딸이 있음을 밝힌 두산의 민병헌도 오는 13일 지각 결혼식을 올린다.

'야구 결혼행진곡'은 12월 첫째와 둘째 주말 동시다발적으로 울려 퍼진다. 6일에는 이재원(SK)·양의지(두산)·정범모(한화)·이동현(LG)이 결혼식을 올린다. 7일에는 윤지웅·유원상(이상 LG), 오재일·김재환(이상 두산), 장원삼(삼성), 홍명찬(SK) 등이 화촉을 밝힌다. 또 13일에는 민병헌·김명성(이상 두산)과 최정(SK)이, 14일에는 김광현(SK)이 '품절남' 대열에 합류한다. 비활동 기간에 결혼식을 치르다 보면 날짜가 겹쳐 하객(賀客)들이 어디를 가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래서 혼기를 앞둔 선수들끼리 아예 시즌 중 서로 얘기해 일정을 조정하기도 한다. 두산의 경우 당초 양의지, 오재일, 김재환이 모두 오는 7일로 결혼식을 잡았다가 자체적으로 조정에 들어갔다. 광주광역시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양의지가 6일로 하루를 앞당겼고, 하객들의 이동 편의를 배려(?)해 오재일(7일 낮 12시)과 김재환(7일 오후 3시)이 3시간 간격을 뒀다. 하루 간격으로 결혼하는 SK 최정과 김광현의 주례는 그들을 가르쳤던 김성근 한화 감독, 이동현의 주례는 LG 양상문 감독이 맡는다.

정규시즌 MVP로 선정된 넥센 서건창을 비롯해 올해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낸 선수들은 시상식으로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선수들은 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리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끝나야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다. 야구 선수들에게 비활동 기간은 10개월 넘게 소홀히 한 가족들에게 모처럼 가장(家長) 노릇을 할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짧기에 더 소중한 야구 선수들의 겨울방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