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차기(次期) 행장 선임과 관련해 애초 연임이 유력시됐던 이순우 행장이 행장추천위원회 회의를 하루 앞두고 후보에서 물러났다. 이에 따라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멤버로 사전 내정설이 나돌았던 이광구 부행장이 단독 후보로 추천받게 됐다. 소문대로 특정 학맥(學脈)이 금융권 주요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결과가 된 것이다.

서금회는 박근혜 대통령이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탈락하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서강대 출신 금융권 동문이 결성한 모임으로 알려졌다. 2011년까지만 해도 참석자가 20~30명 수준이었지만 2012년 대선을 앞두고 300여명 규모로 급팽창했다고 한다. 서금회는 올 들어 이덕훈 수출입은행장과 정연대 코스콤 사장을 잇따라 배출하면서 금융계에서 주목받는 집단이 됐다. 최근엔 대우증권 사장으로 서금회 멤버인 홍성국 부사장이 내정됐다. 정권 초반에 임명된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서금회 멤버는 아니지만 서강대 출신이다.

이명박 정부 때는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인사들이 KB·우리·하나·산은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휩쓸어 '4대 천왕'으로 불렸다. 그중 3명은 고려대 동문이었다. 호남 인맥, 부산·경남 인맥이 주요 자리를 장악한 시절도 있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평가한 '금융시장 성숙도'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80위로 아프리카의 말라위·우간다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 금융이 이런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게 된 근본 원인은 낙하산·정실 인사에 있다. 최고 경영진이 정권의 연줄을 타고 내려오니 임직원들 사이에서도 학연·지연을 따지는 줄 대기 문화가 만연해 내부 통제가 무너지고 금융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국민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융계 사람들이 줄을 대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구태(舊態)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을 것이다. 금융계 정실(情實) 인사 파동은 서금회가 마지막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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