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오후 2시 30분(현지 시각) 비무장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18)이 사살당한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시의 캔필드그린 아파트 앞 도로에 '우리 승리하리라(We shall overcome)'란 노래가 울려퍼졌다. 1963년 8월 28일 흑인 인권운동의 대부인 마틴 루서 킹 목사가 20만명의 흑인과 함께 미 수도인 워싱턴에서 평화행진을 할 때 불렀던, 미국 인권운동의 상징과도 같은 노래다.

미 최대 흑인인권단체인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는 이날 퍼거슨을 출발, 이곳에서 135마일(217㎞) 떨어진 미주리주 주도 제퍼슨시티까지 평화행진을 시작했다. 흑인 여성인 메리 래틀리프 NAACP 미주리주 지부장은 "평화행진을 통해 퍼거슨 시위를 킹 목사의 비폭력 시민불복종 운동처럼 전국으로 확산시킬 것"이라고 선언했다.

흑인소년·백인경찰의 포옹… 인종갈등 미국을 녹이다 - 시위 군중 속에 있던 12세 흑인 소년 드본테 하트(오른쪽)가 백인 경찰관 브레트 배르넘과 껴안고 눈물을 쏟고 있다. 흑인 청년을 사살한 경찰의 불기소 결정에 항의해 지난 25일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벌어진 집회에서였다. 하트는 빈민가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약물·담배에 무방비로 노출돼 건강이 나빠졌고, 폭력적인 성향을 가진 아이였다. 그러나 7년 전 백인 부모에게 입양된 뒤 정성스러운 보살핌을 받으며 몰라보게 건강해지고 아이다운 모습을 찾았다. 하트와 소방관의 사진은 한 시위 참가자가 찍었다. 이후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를 통해 인종 간 평화와 화합을 호소하는 상징으로 빠르게 전파됐다.

이 행진엔 래틀리프의 백인 남편인 로니 래틀리프를 비롯한 흑백 인사 150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하루 평균 30㎞씩 7일간의 평화행진 동안 거치는 도시에서 평화시위와 인종차별 토론회를 갖기로 했다. 마지막 날엔 NAACP 지도부 등 1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제퍼슨시티에 있는 제이 닉슨 미주리 주지사 관저 앞에서 경찰 개혁을 요구하는 집회를 연다.

이번 평화행진은 블랙프라이데이 불매 운동에 이어 퍼거슨 시위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는 사례라고 CNN은 전했다. 미 인권단체들은 브라운을 기리는 뜻에서 28일 블랙프라이데이를 '브라운프라이데이'로 명명하고 불매 운동을 벌였다.

퍼거슨 시위 지도부가 2012년 플로리다에서 백인 자경단원의 총에 맞고 사망한 트레이본 마틴을 기리는 인권 단체들과 제휴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브라운의 아버지 마이클 브라운 시니어는 28일 플로리다를 방문해 트레이본 마틴의 부모와 함께 인종차별 철폐를 위한 철야기도회에 참석했다.

한편 지난 24일 대배심에서 불기소 결정을 받은 백인 경찰 대런 윌슨(28)은 29일 사표를 제출했다. 윌슨은 지난 8월 브라운을 사살한 이후 휴직 상태였고, 대배심 결과가 나오면 사직하기로 퍼거슨시 경찰 당국과 협의해왔다고 그의 변호인인 닐 브런트래거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