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내 수퍼박테리아 감염 환자가 급증하는 등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은 세계적으로 현재 진행형이다. 항생제 오·남용률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심각하다.

이런 현상은 지난 4월 세계보건기구(WHO)가 펴낸 '항생제 내성에 관한 국제 감시' 보고서에 잘 나타나 있다. 주요 병원균에 대한 항생제 내성률(항생제가 투여된 세균 100마리당 생존한 세균의 수)이 미국·영국·독일·일본 등 주요국보다 크게 높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중에선 최고 수준이었다. 병원에서 박테리아를 죽이거나 성장을 억제하는 항생제 처방률이 높아 강력한 항생제를 써도 약효가 듣지 않는 경우가 많아진 데다, 병원 내 감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수퍼박테리아에 감염돼도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예컨대 폐렴 등을 일으키는 폐렴간균의 경우 '3세대 세팔로스포린'이라는 강력한 항생제에 대한 내성률이 44%나 돼 영국(5.3%)·일본(5.4%) 등의 8배 정도에 이른다. 폐렴간균과 함께 폐렴의 주요 원인균인 폐렴구균도 광범위한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사례가 세계적으로 처음 국내에서 보고됐다. 삼성서울병원 강철인 교수(감염내과)는 지난 7월 "내성이 있더라도 통상 3~4종의 항생제에만 나타나는데 기존 8종의 항생제에 모두 내성을 보인 균이 검출됐다"며 "이는 해외에서 보고되지 않은 사례"라고 밝혔다.

본지 7월 9일자 A14면

대장균의 항생제(3세대 세팔로스포린) 내성률 역시 한국(41%)은 영국(17.5%)·미국(33.3%)·일본(34.3%)·독일(23.7%) 등에 비해 크게 높아 내성이 광범위하게 퍼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법정 감염병 중 하나인 '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MRSA)'의 경우 한국의 내성률이 71%로 파악됐다. 메티실린보다 더 강력한 반코마이신이라는 항생제가 있지만 일단 MRSA에 감염될 경우 환자들의 사망률은 비감염 환자에 비해 64%까지 더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생제 내성 문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미 뜨거운 이슈로 부상했다. WHO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6개 대륙 가운데 대장균과 황색포도알균은 5개 대륙에서, 임질균은 3개 대륙에서, 설사 등을 일으키는 이질균은 2개 대륙에서 항생제 내성률이 50%를 넘겼다.

WHO는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국제적인 항생제 내성 감시체계를 만들어 공조하고, 인간뿐 아니라 동물들의 항생제 내성에 대한 감시체계까지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