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소녀가 뉴욕시의 연말 시즌 최고의 발레 공연 ‘호두까기인형’ 주인공에 발탁됐다.

뉴욕시티발레단은 24일 2014-2015시즌 호두까기인형의 주인공 마리 역에 임수정양이 발탁됐다고 밝혔다. 한국인 어머니 김현주씨와 중국계 아버지 제임스 린 씨 사이에 태어난 임양은 2012년 공연부터 호두까기인형 무대에 올랐다. 호두까기인형 주인공에 아시안이 발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달 28일부터 내년 1월3일까지 링컨센터 데이비드 코크 극장 무대에 올려지는 공연에서 임양은 A조와 B조 중 주연 출연진이 속한 A조에 포함돼 개막 공연과 자선 공연을 포함해 모두 26회 무대에 오른다.

1948년 창단된 뉴욕시티 발레단(New York City Ballet)은 설립자이기도 한 조지 발란신이라는 불세출의 안무가와 더불어 미국 정상을 지켜온 발레단이다. ‘호두까기인형’은 뉴욕시티 발레단 설립자이자 세계적인 안무가였던 ‘조지 발란신의 호두까기 인형’이란 제목으로 1954년 2월 초연 이래 매년 10만명 이상이 관람하는 인기 공연이다. 뉴욕한국일보에 따르면 이번 시즌은 특히 60주년을 맞아 100여명의 무용수들과 61명의 뮤지션들이 투입되고 뉴욕시티 발레 학교인 아메리칸 발레 스쿨의 어린이 무용수 50명이 출연한다. 화려한 의상과 무대장치. 환상적인 무용수들의 연기가 어우러진 가운데, 12~40피트 높이의 크리스마스트리, 눈보라 장면, 9피트 높이의 ‘마더진저’의 의상 등 볼거리가 많다.

크리스마스이브의 밤 호두까기인형을 성탄 선물로 받은 소녀 클라라가 꿈속에서 왕자로 변한 호두까기인형과 함께 과자의 나라를 여행한다는 내용이다.

호두까기인형의 주인공에 아시안이 선정된 것은 뉴요커들에게도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맨해튼에 거주하는 백인들은 어려서부터 이 발레 공연을 보면서 자랐기 때문에 아시안이 역할을 맡는다는 게 좀 특별하게 다가온다.

어머니 김현주씨는 “뉴욕은 물론 전 세계가 큰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공연의 주인공이 됐다는 건 매우 큰 영광”이라면서 “아시안이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건 생각도 못 한 일”이라고 말했다.

뉴욕시의 명문 사립 호레이스 맨 스쿨 5학년에 재학 중인 임양은 두 살 때부터 발레를 시작했으며, 현재는 발레 꿈나무를 키우는 아메리칸 발레 스쿨(School of American Ballet)에 소속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