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커플 1호'의 '부부 감독 1호' 변신. 김영삼(40) 九단과 현미진(35) 五단이 또 한 번 바둑계의 새 역사를 쓴다. 현미진은 출범을 눈앞에 둔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인제군(郡) 팀 초대 감독 제안을 수락, 현재 바둑리그 정관장 팀 감독으로 활약 중인 김영삼과 함께 부부 사령탑을 이루게 됐다.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처음 있는 일이다.

"갑자기 연락을 받고 얼떨떨했는데 남편 믿고 뛰어들기로 했어요. 인제군이 바둑 육성에 매우 열성적인 지자체란 점도 작용했습니다. 혼자가 아니고 한 팀을 이끄는 자리라고 생각하니 의욕이 솟구치네요."(현미진)

"집사람이 첫아이 출산 후 바둑 공부에서 멀어진 지 10년이나 흘렀어요. 이제는 약간 달라진 모습으로 바둑계 일을 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제가 권했습니다. 성격적으로 감독 자리가 잘 어울릴 것도 같고…."(김영삼)

최초의 ‘바둑감독 커플’이 된 김영삼(왼쪽)-현미진 부부. 김 九단은 4년째 바둑리그 지휘봉을 잡고 있고, 현 五단은 창설된 여자리그 인제군 팀 감독을 맡게 됐다.

같은 도장 선후배 사이였던 둘은 6년 열애 끝에 2004년 말 결혼했다. 나란히 국가대표(김영삼 2000년 1회 농심배, 현미진 2004년 3회 정관장배)로도 활약했던 둘이 첫 기사 커플이 된다는 소식은 큰 화제가 됐었다. 김영삼의 감독 생활은 올해 4년째. 그중 세 번 플레이오프에 오르는 등 뛰어난 지도자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소탈한 성격의 오빠(김영삼)지만 요즘 며칠은 굉장히 예민해요. 감독에게 포스트시즌이란 게 얼마나 힘든지 알 것도 같습니다. 딸 셋(열 살, 일곱 살, 네 살)도 웬만큼 컸으니 온몸을 던져보려고 해요." 현미진은 "편한 분위기에서 좋은 바둑도 나온다고 생각한다"면서 '엄마 같은 역할'로 팀원들을 이끌 계획이라고 했다.

둘 모두 우승을 못 해본 한을 감독으로 풀겠다는 야심을 가슴속 깊이 숨기고 있다. 현미진은 제3기 여류명인전 준우승(2002년), 김영삼은 제1기 신예10걸전 준우승(1997년)이 개인 최고 성적이다. 현미진은 선수 선발에 앞서 벌써 여자 유망주들의 기록과 특성 파악에 바쁘고, 김영삼은 그런 아내를 위해 생생한 '현장 경험'을 전수 중이다.

한국여자바둑리그는 내년 1월 개막돼 더블 리그 및 포스트시즌을 거쳐 4월 말 우승 팀을 가려내는 일정이다. 서울 부광약품, 포항 포스코켐텍, 부안군, 서귀포시, 경주시, 인제군 등 출전 여섯 팀의 선수와 감독 30명 전원이 여성 프로만으로 구성된다. "이영신 언니, 권효진 사범 등 예전에 치열하게 겨루던 동료들과 달라진 모습으로 또 경쟁하게 됐다고 생각하니 꿈만 같아." "한번 해봐. 쉽지 않을 거다.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