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직원이 자신이 경리로 근무하던 회사의 자금 9억6000만원을 횡령해 경찰에 붙잡혔다. 어린 시절을 불우하게 보낸 이 여직원은 횡령한 돈으로 명품 가방을 사고, 5000만원 들여 성형수술을 받는 등 호화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5년 동안 자신이 근무하던 의류회사의 자금 9억6000만원을 60차례에 걸쳐 빼돌린 혐의로 30대 여성 A씨를 구속했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A씨는 어려운 가정환경 때문에 대학 생활 내내 술집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래도 학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A씨는 급기야 2000만원의 사채까지 빌려 빚 독촉에 시달리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지난 2008년 한 중소 의류업체에 경리로 취직했다. 성실하고 싹싹하게 일하는 A씨에게 회장이 회계 업무까지 맡기자 A씨의 ‘대범한’ 범행이 시작됐다. A씨는 입사 1년 차인 2009년 10월부터 지인의 계좌를 거래처인 것처럼 꾸며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을 이체시키는 수법으로 회삿돈을 횡령했다.

이렇게 횡령한 돈으로 A씨는 명품 가방과 시계 등을 사고, 5000만원을 들여 성형수술도 받았다. 고급스포츠인 승마까지 배우며 호화생활을 즐기던 A씨는 과거 아르바이트를 했던 술집 사장에게 연이율 30%의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 주는 등 사채놀이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A씨의 행각은 회사 경영권이 회장에서 회장 아들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들통났다. A씨는 지난 10월 횡령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은 직후 자취를 감췄다가, 갑작스레 수술을 받게 되면서 탐문 수사 중이던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아버지가 안 계신 A씨를 안타깝게 여긴 회장은 ‘결혼하면 아버지 대신 손을 잡고 입장해주겠다’고 약속할 정도로 (그녀를) 친딸처럼 여겼다”며 “경영진 일가는 이번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은 상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