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밤 9시 50분쯤 전남 담양군 대덕면 한 펜션 야외 바비큐장에서 불이 나 대학생 고모(여·18)씨 등 4명이 숨지고, 대학생 최모(19)씨와 펜션 주인 최모(55)씨 등 6명이 화상을 입었다. 펜션 주인 최씨를 제외한 사상자는 대부분 전남 나주 동신대 패러글라이딩 동아리 선후배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학생 13명은 이날 담양의 한 야산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한 뒤 이 펜션에서 뒤풀이 중이었으며, 졸업생 13명이 뒤풀이 자리에 합류해 오후 7시쯤부터 술을 마시고 고기를 구워 먹었다.
불이 난 야외 바비큐장은 33㎡(10평) 공간에 원형 테이블 4개를 갖춰놓고 숯불에 고기를 구워 먹는 시설이다. 벽은 나무판자와 샌드위치 패널, 바닥은 목재로 지어졌고, 천장은 억새로 짠 돗자리 등으로 장식돼 있었다.
한 생존 학생은 "고기가 올려진 불판 아래로 숯불이 거세게 올라오자 누군가 이를 식히기 위해 물을 부었고, 순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났다"고 말했다. 고기에서 흘러나온 뜨거운 기름에 물이 닿자 작은 폭발음과 함께 불티가 공중으로 치솟았고, 2.5m 높이 천장 억새에 불이 붙은 것으로 소방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불은 순식간에 벽과 바닥으로 번졌고, 유독가스가 대학생 등을 덮쳤다. 허둥지둥 입구를 찾아 빠져나온 이들은 건물 안 동료를 구하려 했으나 손과 얼굴 등에 화상을 입고 물러나야 했다. 마지막으로 빠져나온 생존자는 온몸에 불이 붙은 채 펜션 마당을 굴렀다. 진화 후 4명이 출입구 옆에 엉켜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일부가 술에 취해 넘어지면서 탈출에 어려움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고 펜션 소방 안전 무방비
이 펜션은 2005년 숙박업 허가를 받았다. 본관과 흙집 11개 동은 건축물대장에 등록돼 있으나, 바비큐장과 공동취사장은 허가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펜션은 최근 1년 넘게 소방 점검을 받지 않았고, 소화기를 제외한 소방 설비도 전혀 갖추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담양군 관계자는 "이 펜션은 연면적 1000㎡ 이하여서 소방 안전 점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위생 점검만 받았다"며 "바비큐장은 불법 시설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담양소방서는 2012년 8월과 작년 7월 이 펜션에 대해 정기 점검을 했으나, 특이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소방서 관계자는 "이 펜션은 규모가 작아 관련법상 소화기 비치와 작동 여부만 점검하도록 돼 있다"며 "작년 점검에서는 양호 판정이 났고 올해는 아직 점검하지 못했다"고 했다. 화재 당시 이 펜션에는 소화기가 8대 있었으며, 불이 난 바비큐장과 취사장엔 각각 소화기가 1대씩 있었다.
◇결혼 두 달 앞두고 참변
이날 화재로 목숨을 잃은 정모(30)씨는 내년 1월 결혼을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신대 한약재산업학과를 나와 관련 업체를 운영하던 정씨는 평소 후배 사랑이 남달랐다고 선후배들이 전했다. 정씨의 부친(66)은 "대학 때부터 7년 넘게 사귀어오던 여자 친구와 한창 결혼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고 했다.
동신대 동아리 초창기 멤버인 유모(40)씨는 아내와 딸을 데리고 모임에 참석했다가 변을 당했다. 또 다른 동아리 선배 송모(35)씨는 결혼한 지 한 달밖에 안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불이 난 펜션 주인 최씨는 광주광역시의 한 기초의회 의원으로 확인됐다. 최씨는 사고 당시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