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생 열아홉 살 동갑내기인 백규정, 고진영, 김민선은 올해 나란히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뛰어들어 '10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세 선수가 올 시즌 기록한 우승 수만 총 5승. 이들은 데뷔 첫해 대상, 상금, 평균 타수 등 각종 부문에서도 신인답지 않은 좋은 성적을 올리며 한국 여자골프를 이끌어 갈 신(新) 성장동력으로 떠올랐다. 평소 절친한 사이로 잘 알려진 세 선수는 14일 인천 송도의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파72·6276야드)에서 개막하는 KLPGA 투어 시즌 최종전인 조선일보-포스코 챔피언십(총상금 7억원)에선 생애 한 번뿐인 신인상을 놓고 경쟁을 펼친다.
현재 투어 신인상 부문은 백규정(2244점), 고진영(2170점), 김민선(2167점)의 삼파전으로 압축됐다. 1위 백규정과 3위 김민선의 포인트 차가 77점밖에 안 된다. 조선일보-포스코 챔피언십 우승자에겐 신인상 포인트 230점(준우승은 120점)이 주어지기 때문에 누가 신인상의 주인공이 될지는 대회 끝까지 가봐야 안다.
백규정, 고진영, 김민선은 한화금융클래식을 앞둔 지난 7월 말에도 지금처럼 신인상을 두고 박빙의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이들은 당시 인터뷰에서 '서로 친구인데 경쟁이 부담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우정은 우정이고, 승부는 승부"라고 입을 모았다. 세 명만 모여 있을 때는 '얘들아, 신인상은 내가 받을 거야'라고 서슴없이 말할 만큼 격의 없는 사이라고 했다.
요즘은 어떨까. 김민선은 "시즌 초반엔 '우리 중 누가 신인상 받을까' 같은 얘기를 서로 아무렇지 않게 나눴는데 요즘엔 예민해져서인지 아무도 신인상의 '신' 자도 꺼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진영은 "최근 신인상 경쟁으로 세 명이 주목을 많이 받아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회 개막을 하루 앞두고 대회장에서 만난 세 선수는 여전히 서로 웃고 있었지만 알 수 없는 묘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살얼음판을 걷는 경쟁으로 당사자들은 힘들지만 이를 지켜보는 골프팬들은 즐겁다. 올해 백규정, 고진영, 김민선이 벌인 '신인상 경쟁'은 시즌 내내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KLPGA 투어 흥행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현재 신인상 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한 건 백규정이다. 백규정은 시즌 3승을 올리며 2006년 신지애(26·3승) 이후 8년 만에 데뷔 첫해 3승 이상을 기록했다. 최근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하나·외환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르며 미국 무대 진출까지 앞두게 됐다. 신인답지 않게 대담한 플레이로 '여전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고진영과 김민선도 최근 데뷔 첫승을 신고하며 백규정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고진영은 지난 8월 넵스 마스터피스에서 우승하는 등 시즌 14차례나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착실히 신인상 포인트를 쌓았다. 김민선은 지난주 ADT캡스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르며 셋 중 가장 늦게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톱10에는 12차례 들었다. 국내 여자 골프 선수 중 최장신(176㎝)인 김민선은 스윙이 경쾌하고 공을 멀리 보낸다고 해서 별명이 '쭉쭉빵빵'이다.
백규정은 "대회가 끝나기 전까진 서로 열심히 싸우겠지만 셋 중 누가 신인상을 받더라도 기쁘게 축하해주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서 지난 6월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 이후 처음으로 한 조에서 대결한다.
셋은 데뷔 첫해부터 한치 양보 없는 대결을 펼치고 있지만 처음 골프를 시작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10년 가까이 함께 골프를 하며 자란 사이다. 백규정과 김민선은 2012년 세계아마추어선수권 단체전에서 함께 금메달을 따기도 했다.
세 선수는 필드 밖에 나가면 함께 네일아트를 하거나 숙소에 모여 서로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한다. 투어에 데뷔한 이후에는 경기 후 연습 그린에 모여 1타당 5000원짜리 퍼팅 내기를 하기도 한다. 팬들은 함께 골프 선수로 성장한 이들을 가리켜 '리틀 세리 키즈'라 부른다. 신지애, 박인비, 김하늘 등 1988년생들이 박세리(37)의 US여자오픈 우승을 보고 골프를 시작한 '세리 키즈'였다면, '리틀 세리 키즈'는 '세리 키즈'의 활약을 보며 골프채를 잡았다. 이들이 벌이는 신인상 싸움은 과연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 올 시즌 투어를 주름잡는 '수퍼 루키'들의 뜨거운 대결이 이제 그 막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