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11일 의원총회를 열어 보수혁신특별위원회가 내놓은 혁신안(案)을 논의했지만 여러 명의 의원이 반대하면서 추인을 받지 못했다. 새누리당의 쇄신 의지도 빛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고, 김무성 대표와 김문수 혁신위원장도 리더십에 상처를 입게 됐다.
김문수 혁신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지난 9월 29일 혁신위 출범 이후 내놓은 9개 혁신안을 의원들에게 설명했다. ▲내년도 국회의원 세비 동결 ▲출판기념회 전면 금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제한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적용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중앙선관위 위탁 등 대부분이 '의원 특권 내려놓기' 방안이었다.
하지만 의총이 비공개로 전환되자마자 혁신안에 대한 의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15명의 의원이 발언을 했는데 3~4명을 제외하곤 대부분 우려와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의총에는 110명이 참석했고, 오전 9시부터 약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의원들은 특히 출판기념회 전면 금지와 '무노동 무임금'을 원칙으로 한 세비 혁신 등에 대해 문제를 많이 제기했다. 김태흠 의원은 "국회의원에 대한 자학(自虐)성 혁신안은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라며 "출판기념회 금지는 위헌"이라고 했다. 권성동 의원은 "무조건 박탈하는 혁신안은 하지하수(下之下手)"라고 했다. "국회의원들에게 진짜 쪽박을 차라는 것이냐"는 말도 나왔다. 혁신위 활동 전반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김성태 의원은 "혁신위를 혁신해야 한다"며 "백화점식 인기 영합형 내용만 내놓는다면 '국회의원 기득권 박탈위원회'라고 해야 한다"고 했다. 김세연·유재중·김회선 의원 등은 혁신위에 힘을 실었지만 상대적으로 반대 목소리에 묻혔다.
당초 이날 의총을 계기로 입법화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던 혁신위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김무성 대표는 의총 마무리 발언에서 "혁신은 살가죽을 벗겨내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일"이라며 "오늘 의총은 혁신을 위한 첫 단계이기 때문에 지켜봐 달라"고 했다. 의총이 끝날 때쯤에는 자리를 뜬 의원이 많아 20여명만 남아 있었다.
혁신안이 벽에 막힌 뒤 김문수 위원장은 곧바로 한 토론회에서 당의 권한 집중 문제를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의총 뒤 이날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국가디자인연구소 주최 보수 혁신 관련 토론회에서 정당 개혁과 관련, "새누리당은 집단 지도 체제, 최고위원제도를 도입했는데도 계속 김무성 대표에게 권력이 집중된다"며 "당대표에게 너무 집중돼 있는 권력을 분산하고 사조직화돼 있는 당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에 출마할 사람은 주요 당직을 맡아서는 안 되고 국회의원을 맡을 사람도 각 지역에 당원협의회 대표를 맡아서는 안 된다"며 "미국이 그렇게 하고 있는데 우리도 이런 식으로 바꿔야 당이 사당화(私黨化)가 되지 않는다. 지금은 당이 개인 (싱크)탱크 비슷하게 사당화돼 있다"고 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무성 대표를 바로 앞에 두고 한 말이었다. 김 대표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들은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 구조는 집단 지도 체제이고 대권 주자는 (출마) 1년 반 전에 그만두게 돼 있다"며 "김 위원장 주장은 그것마저도 하지 말자는 건데 상황 변화를 미리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