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예상보다 훨씬 큰 차이로 이겼다. 연방 상원 의석은 45석에서 7석을 추가해 과반(過半) 다수당이 됐고, 결선투표 등을 고려하면 2석을 더 추가할 수도 있다. 연방 하원도 12석을 보태 244석으로 압도적인 다수가 됐다. 주지사 선거에서는 3석을 더해 50개 주(州) 가운데 31개 주를 차지했다.
이런 결과는 다들 이변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각종 정책에 대한 반발이 공화당의 압승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과연 반사작용만일까?
2년 전 공화당은 대통령 선거에서 패하자 한 달 만인 12월에 '성장과 기회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유권자 2600명을 직접 만나 왜 선거에서 졌는지, 어떤 정책을 원하는지, 공화당의 문제가 뭔지를 꼬치꼬치 물었다. 설문 대상은 일반 시민과 IT 전문가, 기업인, 공직자 등 다양했다. 특히 급속하게 늘어나는 히스패닉계는 별도로 2000명을 조사했다. 또 3만6000명을 상대로 온라인 조사도 했다.
보고서는 '공화당은 (1940년대의) 트루먼 시대에서 영감을 얻은 1980년대 레이건 시대의 어젠다에 지금도 매몰돼 있다'며 '너무 많은 것을 잃고 있다'고 썼다. 그러면서 '고루한 정당'이란 이미지에서 벗어나 유권자들이 공화당과 같은 생각을 하게끔 하여야 한다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이 보고서에 따라 공화당은 자신의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향하게끔 하는 다양한 방식의 동원 전략을 세웠고, 공화당에 비우호적인 히스패닉계의 생활 향상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외곽 단체를 통해 시작했다.
대선 패배 순간부터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한 분석과 대응책을 준비한 것이다. 이런 노력의 대가가 이번 승리였다. 여당 프리미엄이나 힐러리 클린턴 같은 강력한 차기 대선 주자도 없고, 당 지지율도 민주당에 비해 높지 않은 데다 선거 자금 모금액도 비슷한데도 발 빠른 반성과 준비가 성과를 일궈냈다.
같은 해 12월 대통령 선거를 치렀던 한국의 민주당은 패배 후 4개월이 지나서야 '반성문'을 썼다. '18대 대선 평가 보고서'에서 민주당은 "수권 정당으로서의 신뢰를 얻지 못했고 실력이 모자라서 졌다"며 '대여 투쟁만 강조하는 선명성보다는 대안 야당으로서의 자리 매김이 필요하다. 투쟁에서 실력으로'라는 해답을 내놨다. 하지만 대선 패배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기술한 부분 등을 놓고 내부 분열이 시작됐고 반성의 목소리는 특정 계파를 겨냥한 음모로 둔갑했다. 당연히 다음 선거를 향한 전략이란 것은 세울 경황도, 의지도, 생각도 없었다. 민주당은 대선에 이어 '세월호 정국'에서 치른 6·4 지방선거에서도 사실상 패했고, 7·30 국회의원 재·보선에서는 참패했다.
집권 새누리당도 다를 바 없다. 선거에서는 이겼는지 모르지만 몸집만 큰 감동 없는 정당이 언제까지 '반(反)진보'에만 매달려 표를 얻을 수 있을까. 말로는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겠다"는데 실천하는 걸 본 적이 없다.
미국 공화당의 대선 평가서에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정당을 만들자'는 대목이 있다. '반(反)' '안티' '부정(否定)'의 상대적인 행위로 표를 얻으려는 정당에는 미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