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우익수들이 10일 한국시리즈에 걸맞은 '수비 대결'을 선보였다. 엄청난 집중력에서 나온 호수비였다.
한국시리즈에서 넥센의 고정 우익수로 나서고 있는 유한준(33)은 두 차례나 호수비를 펼치면서 선발투수 헨리 소사를 지원사격했다.
삼성의 주전 우익수 박한이(35)도 역시 눈부신 호수비로 맞섰다.
'장군'을 외친 것은 유한준이었다. 0-0으로 맞선 2회말 넥센 선발 소사는 제구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선두타자 박석민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이후 김상수에게 우전 안타를 맞아 2사 1,2루의 위기를 만났다.
소사는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홈런을 허용했던 야마이코 나바로에게 잘 맞은 타구를 허용했다. 우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큼지막한 타구였다. 그대로 갔다면 펜스를 직접 맞히는 2루타가 될 터였다.
하지만 유한준의 호수비에 막혔다. 유한준은 전력질주해 외야 우중간으로 달려가더니 손을 쭉 뻗어 나바로의 타구를 낚아챘다. 실점을 막는 호수비였다.
넥센이 잔뜩 분위기를 살린 채 3회초 공격에 들어간 상황에서 박한이의 호수비가 찬물을 끼얹었다.
삼성 선발 릭 밴덴헐크는 선두타자 박헌도에게 우중간을 완전히 꿰뚫는 타구를 허용했다. 이 타구 역시 충분히 2루타가 될만했다.
우익수 박한이는 맹렬하게 우중간으로 달려가더니 몸을 날려 박헌도의 타구를 걷어냈다.
선발 밴덴헐크도 장타를 예감한 듯 타구를 바라보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으나 박한이가 호수비를 펼쳐 타구를 잡아내자 엄지를 번쩍 들어보였다.
박한이가 호수비로 선두타자의 장타를 막아주자 밴덴헐크는 박동원, 서건창을 손쉽게 땅볼로 처리했다.
그러자 유한준은 3회말 또다시 호수비로 응수했다.
3회 1사 1루에서 소사가 최형우에게 우익수 오른쪽으로 날아가는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유한준은 슬라이딩을 하면서 이를 잡아냈다. 1루주자 채태인이 2루로 뛰는 것을 본 유한준은 벌떡 일어나더니 재빨리 1루로 송구했다. 채태인은 아슬아슬하게 1루로 귀루했다.
유한준과 박한이의 수비 모두 엄청난 집중력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수비였다.
유한준과 박한이 모두 타격에서는 다소 과소평가되고 있다.
올해 52개의 홈런을 때려낸 박병호와 사상 첫 유격수 40홈런을 쏘아올린 강정호, '꿈의 200안타'를 달성한 서건창이 버티고 있는 타선에서 유한준에게 쏠리는 관심은 비교적 적다.
박한이는 삼성의 '좌타 라인'을 선봉에서 이끌지만 '국민타자' 이승엽, 4번타자 최형우, 3번타자 채태인에 비해 쏠리는 관심은 적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유한준, 박한이는 이미 '가을남자'의 면모를 한 번씩 뽐냈다.
박한이는 1승1패로 맞선 상황에서 지난 7일 치러진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1-1로 팽팽히 맞선 9회초 결승 투런포를 쏘아올려 삼성을 승리로 인도했다.
유한준은 지난 8일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홈런 두 방을 쏘아올리는 등 3타수 2안타 5타점으로 맹타를 휘둘러 1승2패로 끌려가던 팀에 9-3 승리를 안겼다.
이날 만큼은 방망이가 아닌 화려한 수비로 존재감을 과시한 양 팀 우익수의 희비는 엇갈렸다. 삼성은 9회말 터진 최형우의 끝내기 2루타로 2-1 승리를 챙기면서 박한이가 크게 웃었다.
비록 승패는 갈렸지만 유한준과 박한이가 보여준 수비는 최고의 무대라고 불리는 한국시리즈를 빛내기에 충분했다. 9회 평범한 땅볼을 놓쳐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넥센 유격수 강정호의 수비와는 대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