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 남자의 얼굴을 잘 모른다. 하지만 목소리는 잘 안다. 쿠바의 노익장(老益壯) 밴드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Buena Vista Social Club)의 기타리스트이자 보컬 엘리아데스 오초아(68)다. 오초아는 소속 밴드의 명곡 'Chan Chan'(찬찬)에서 기타 연주와 함께 묵직한 중저음의 보컬로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음악팬들을 사로잡았다. 콤파이 세군도, 이브라힘 페레르, 루벤 곤살레스 등 핵심 멤버들이 세상을 떠난 지금, 밴드의 막내(결성 당시 50세)였던 오초아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명맥을 잇고 있는 마지막 멤버다.
쿠바 아바나의 한 호텔 커피숍에서 지난 5일(현지 시각) 오초아와 마주 앉았다. 트레이드 마크인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온 오초아는 앉자마자 맥주부터 시켰다. 한국 언론과는 처음 하는 인터뷰다.
"많은 친구가 세상을 떠났지만, 난 아직 팔팔해요. 어릴 때 밴드를 한 덕분이죠(웃음). 그들이 그립냐고요? 전혀 아닙니다. 기타를 연주할 때면 그들이 옆에 있단 걸 곧바로 느낍니다."
오초아는 여덟 살 때부터 기타를 잡았다. 꼭 60년 만인 올해 새 앨범 'El Eliades Que Soy'(나는 엘리아데스다)로 그래미상 라틴음악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미 오초아는 그래미상 후보에 두 번 올라 상도 한 번 탔다. 그는 "프로페셔널 뮤지션으로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말했다.
쿠바 산티아고 지역 출신인 오초아의 별명은 '산티아고의 사자'다. 그는 "밀림 출신이라 붙은 것"이라고 눙치지만, 열두 살 때부터 사창가를 돌면서 기타 연주로 생계를 꾸린 거친 삶과도 무관하지 않은 별명이다. 오초아는 즉흥 연주의 대가다. 느릿느릿 돌아다니다가 먹이를 잡을 때는 재빠른 사자처럼, 그의 기타도 느슨하고 무심한 듯 흘러가다가 어느새 확실하게 리듬을 잡아채고 노래를 쥐고 흔든다. 그는 정식 음악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본능으로 연주해요. 이런 건 배워서 되는 게 아닌 거 같아요."
오초아뿐만 아니라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멤버들은 평생 어려운 삶을 살았다. 1996년 우연히 이들을 알게 된 미국의 기타리스트 라이 쿠더 덕분에 세상에 알려졌다. 오초아는 "우리는 운이 좋았다"며 밴드 결성 뒷이야기를 말해줬다.
"그때 라이 쿠더는 다른 아프리카 뮤지션들과 쿠바에서 음반을 녹음하려 했는데, 그 뮤지션들이 비자 문제로 입국을 못 했어요. 난감해진 라이 쿠더에게 가이드가 '쿠바에 끝내주는 뮤지션들이 있다'며 우리를 추천한 거죠."
오초아는 "쿠바인들은 항상 사랑과 이별을 노래한다"며 "슬픈 일이 있어도 우리 음악을 들으면서 춤을 추면 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쿠바 음악은 퓨전 음악입니다. 아프리카, 스페인, 미국 등 많은 곳의 음악이 섞여 있어요. 한국의 '비빔밥' 같은 것이죠. 비빔밥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인기 많잖아요."
최근 쿠바에서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얻은 덕분에 오초아도 한국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강남스타일'이 히트 칠 때만 해도 싸이가 한국 뮤지션인지 북한 뮤지션인지 헷갈렸는데 이제는 한국 드라마 덕분에 확실히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아내가 한국 드라마를 정말 좋아합니다. 특히 이민호를 좋아해요. 아직 한국에서 공연을 한 적 없는데, 하게 된다면 나보다 아내가 더 좋아할 겁니다(웃음)."
인터뷰 말미에 오초아는 갑자기 "한국의 팬들을 위해 연주하겠다"며 기타를 들었다. 솥뚜껑 같은 손이 바람에 날리는 깃털처럼 부드럽게 기타의 현을 퉁겼다. 'Chan Chan'이 흘러나왔다. 산티아고의 사자는 밀림 대신 음표의 숲을 여전히 멋지게 달리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