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저는 소리이고 싶습니다. 소리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나서는 사라집니다. 잊히고 싶지 않아 발버둥치는 데서 타락과 변질이 시작됩니다. 저는 소리처럼 메시지를 전달하고는 사라지고 싶습니다."

개신교 차세대 대표 목회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이찬수(53) 분당우리교회 목사가 최근 요한계시록을 풀어 쓴 책 '오늘을 견뎌라'(규장)를 펴냈다. 이 목사는 다작(多作) 목회자다. '붙들어주심' '처음마음' '삶으로 증명하라' '일어나라' '보호하심' 등을 펴냈고, 작년엔 문서선교협력위원회 '올해의 저자상'도 받았다.

요한계시록을 풀어 쓴‘오늘을 견뎌라’를 펴낸 이찬수 분당우리교회 목사. 그는“지금은 회개해야 할 때”라며 인터뷰를 사양했다. “그럼 책은 왜 내셨느냐”고 묻자“회개하는 마음으로”라고 했다.

그런 그에게도 이번 책은 특별하다. 주제가 요한계시록(이하 계시록)이기 때문이다. 계시록은 개신교인들조차도 '무섭다' '어렵다'고 여기는 책이다. 그러나 그의 손을 잡고 그가 이끄는 대로 함께 걸으면 쉽고 따뜻한 위로의 길이 열린다.

"요한계시록은 그 당시 고통당하는 성도들을 위로하기 위해 쓴 편지다. 초대 교회 성도(聖徒)들은 극심한 박해를 받았다. 사도 요한도 밧모(파트모스) 섬에 유배되어 있던 상황이었다."

로마 제국의 가혹한 박해 속에 화형당하고, 사자 밥으로 던져지던 고통 속의 크리스천들에게 감시를 피해 그들만의 언어와 구약의 상징을 사용해 쓴 편지가 바로 계시록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그 내용은 위로이며 다시 돌아오실 예수를 맞기 위해 '오늘을 잘 살도록 돕기 위해' 쓴 것일 수밖에 없다는 게 이 목사의 설명이다. 구약의 수많은 예언자들이 미래의 심판에 대해 무섭게 경고하는 것이 모든 걸 포기하라는 뜻이 아니듯, 계시록 역시 회개하고 돌이켜 지금을 잘 살라는 격려라는 말이다.

이렇게 시작한 '오늘을 견뎌라'는 이 목사의 자기 반성과 회개로 이어진다. 계시록에서 예수가 "내가 네 환난과 궁핍을 알거니와 실상은 네가 부요한 자니라"라는 칭찬을 한 서머나교회와 "네가 말하기를 나는 부자라 부요하여 부족한 것이 없다 하나 네 곤고한 것과 가련한 것과 가난한 것과 눈 먼 것과 벌거벗은 것을 알지 못하는도다"라고 꾸중을 들은 라오디게아교회는 그의 기도 주제다. "분당우리교회는 육적으로 봤을 때 서머나교회가 아니라 오히려 라오디게아교회 같은 부유한 교회다. 그래서 두렵다." "나는 사람들에게 '잘한다, 부럽다'는 칭찬을 들을 때마다 그런 칭찬에 취해서 내 영안(靈眼)이 어두워져 실상은 초라한 인생이 되어버릴까봐 늘 두렵다."

계시록을 들먹이며 시한부 종말론을 펴는 주장들이 얼마나 엉터리인지 보여주는 책이다. 또한 흔히 뜨거운 가슴이 앞서곤 했던 한국 개신교계에서 보기 드문 차가운 지성이자 깊은 영성(靈性)을 담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이 목사는 알려진 대로 사랑의교회에서 10년간 청소년 담당 목사로 일하다 2002년 분당의 송림중고교 강당을 일요일마다 빌려 쓰는 분당우리교회를 개척했다. "두렵다" "회개한다"는 고(故) 옥한흠 사랑의교회 목사가 즐겨 쓴 표현이기도 하다. 마침 옥 목사의 삶과 신앙을 다룬 다큐 영화 '제자 옥한흠'이 지난 주말 개봉, 단숨에 관객 1만명을 넘어섰다.

소위 '성장'을 거듭하던 분당우리교회는 얼마 전부터 새 신자의 등록을 더 이상 받지 않고 있다. 대신 신자들을 작고 연약한 다른 교회로 보내는 '1만 성도 파송 운동'을 펴고 있다. 이 목사는 인터뷰를 사양했다. "지금 한국 개신교는 처절히 참회하고 회개해야 할 때"라는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