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을 스치는 바람이 매섭다. 급한 마음에 지난해 입었던 겨울 외투를 꺼내 입어보지만 뭔가 어색하다. 회사원 김정환(38)씨는 "양복을 주로 입는데 그 위에 입을 외투가 마땅치 않다. 다운점퍼는 부피가 커서 몸이 부해 보이고 기본 정장용 모직코트는 얇아서 칼바람 불 때면 헐벗은 것처럼 춥다"고 토로했다. 출퇴근할 때나 연말 모임에 갈 때 가장 바깥에 입는 '아우터(outer)'를 따뜻하면서도 멋스럽게 입는 법을 패션 전문가에게 물어봤다.

남성복 브랜드 '갤럭시'의 이현정 디자인 실장은 "멋을 내려다가 도리어 오버할 수 있다. 패션 초보자라면 회색(그레이), 갈색(브라운), 감색(네이비) 세 가지 색상만 머릿속에 집어넣고 그 안에서 튀지 않게 변주를 시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모델=윤희명

경쾌하고 현란한 빛깔의 다운점퍼는 40대 이상 중장년층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양복 위에 입어도 과해 보이지 않는 다운코트가 좋다. 다운코트는 일반 코트처럼 실루엣은 매끈한데 원단은 점퍼처럼 속에 털을 채워넣어 적당히 도톰하고 입으면 포근하다. 색상은 진한 감색이나 짙은 회색처럼 무게감 있는 걸 골라야 중후한 멋이 난다. 화려한 빨강이나 눈에 띄는 초록은 얼굴을 칙칙하게 만들 수 있다.

격식 있는 자리라면 체스터필드 코트를 추천한다. 19세기 영국 귀족 체스터필드 4세 백작이 입었던 데서 생겨났다. 남성용 코트 가운데 가장 전통적이고 격을 갖춘 형태다. 일자로 툭 떨어지는 단순한 실루엣에 부드러운 보풀로 덮인 두꺼운 직물(아스트라칸)이나 색깔 있는 밴드를 덧대 포인트를 준 깃을 세워 입는 게 특징이다. 니트로 짠 조끼를 받쳐 입으면 클래식한 분위기를 제대로 낸다.

아우터가 무채색이라 심심해 보이면 셔츠나 타이, 양말로 생기를 불어넣자. 이때도 최대 세 가지 색 안에서 놀아야 한다. 이현정 실장은 "여성의 화장에 비유하면 셔츠는 파운데이션, 타이는 아이섀도, 양말은 립스틱이라고 생각하면 쉽다"고 했다.

셔츠는 외투의 연장이다. 외투가 파란색 계열이면 셔츠는 그보다 한 톤 더 짙거나 옅은 색깔로 매치한다. 중요한 협상 등에서 강렬한 인상을 주고 싶을 땐 분홍빛이 감도는 깊고 진한 감색 셔츠, 또는 반대색에 가까운 주황이나 포도주색 셔츠를 입는다.

외투나 재킷이 어두운 빛깔이면 타이는 밝게, 아우터가 밝으면 타이는 어두운 계열로 매서 눌러준다. 타이의 색상은 셔츠나 재킷에 있는 색깔이 그대로 들어가 있는 게 무난하다. 전체 착장에서 군데군데 쪼개져 들어가 있는 다양한 색깔을 타이로 한번 잡아주는 셈이다.

양말은 바지 색상에 맞추면 실패하지 않는다. 튀고 싶으면 카키, 자주색 체크무늬 등 바지와 반대되는 색으로, 격식을 차릴 땐 바지보다 한 톤 어두운 걸 고른다. 한국 남성들은 검정 구두를 즐겨 신는데, 검정 구두는 결혼식장 등 턱시도를 입을 때 알맞은 신발이다. 진한 갈색 구두가 어느 의상에든 무난하게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