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무상 급식에 대해 재검토에 들어가고, 선거도 없는 때에 무상 복지 이슈가 정치적 논란이 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올해 세수(稅收) 결손이 12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가 최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복지 수준을 높이려면 누군가는 반드시 그 부담을 져야 한다"며 "기성세대가 미래 세대에 (과잉 복지로 인한) 빚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말한 이유다.
복지 부담 증가로 인한 예산 고갈은 세수 기반이 취약한 지방정부에서부터 먼저 튀어나왔다. 예산 부족에 시달리는 각 시·도(市道)와 교육청에서 내년 무상 급식과 '누리과정'(3~5세 아동 보육비 지원 사업) 등에 들어가는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고 하소연한 것이 신호탄이 됐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야당은 무상 급식 공약을 앞세워 선거에 승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때 무상 급식과 함께 "0~5세 보육 및 교육을 국가가 완전히 책임지겠다"며 누리과정도 공약했다. 두 공약은 이후 여야 공통 공약이 됐다.
그러나 올 들어 예산이 부족해지자 여야 입장은 달라졌다. 여당 소속 자치단체장들은 "무상 급식은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하고 있고, 야당 성향의 교육감들은 "누리과정은 국가 예산으로 책임지라"고 떠넘기기 시작한 것이다. 무상 급식 예산은 첫해인 2010년 5600여억원에서 출발해 올해는 2조6000여억원으로 늘어났다. 누리과정 예산은 매년 4조원 안팎이 책정된다.
본격적인 논란은 새누리당 소속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촉발시켰다. 홍 지사는 지난 3일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도(道) 정부가 교육청에 지원하는 무상 급식 예산 320여억원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경남도 내(內) 11개 시·군이 즉각 호응했다. 경기도와 인천 등 새누리당 소속 단체장이 있는 다른 지역에서도 무상 급식 추가 지원에 난색을 표하며 동조했다. 무상 급식비는 전국 평균으로 지자체 40%, 교육청 60% 안팎씩 부담하고 있다. 지자체 지원이 없을 경우 사실상 실시가 불가능하다.
반면 진보 성향의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5일 기자회견을 열고 "누리과정 소요액 1조460억원 가운데 6405억원은 예산 부족으로 편성하지 못했다"고 했다. 지난달 시·도교육감협의회가 "누리과정 예산을 국비로 지원하라"고 주장한 후 실제로 예산을 깎은 첫 사례다. 이런 움직임은 진보 진영 교육감들을 중심으로 확산될 분위기다.
이 같은 논란은 중앙으로 옮아붙고 있다. 정부의 입장부터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5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무상 급식을 소득 기준으로 리모델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 질문에 "진짜 필요한 사람에게는 급식을 하고 나머지(예산)는 꼭 필요한 데 사용함으로써 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 공방도 시작됐다. 새누리당 이군현 사무총장은 "무상 급식으로 예산이 없어 학교 보수조차 제대로 못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만간 당내에 정식으로 문제 제기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약속을 지키라"며 박근혜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