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왼쪽), 젭 부시.

미국에선 차기 대선 주자들 이름이 선거와 상관없이 늘 거론된다. 조그비 같은 여론조사 기관은 대선이 끝난 직후부터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를 조사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많은 후보군 가운데 상당수가 자유 경쟁을 통한 적자생존 법칙에 의해 걸러진다.

정치 시스템상 민주당이나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는 항상 예비군에 포함되고, 명망 있는 상원의원과 주지사도 가세한다.

하지만 인기가 높더라도 대선을 2~3년 남겨 놓은 시점에서 드러내놓고 움직이는 경우는 많지 않다. 특히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이 모두 재선에 성공하면서 집권 1기 때는 여당에서 대선 주자를 자처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차기 대선 후보 0순위로 꼽혔던 힐러리 클린턴도 경선에서 밀린 뒤 '오바마 1기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맡는 등 협조 관계를 유지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인기가 바닥이고 2016년 대선 2년 전인 지금도 힐러리는 출마 여부를 속 시원히 밝히지 않고 있다. 야당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자천타천으로 이름이 오르내리지만, 단 한 명도 대선에 나서겠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공화당에서 힐러리의 대항마로 꼽히는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아들인 젭 부시도 말을 아끼고 있다.

무명에서 대선 주자로 급부상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일리노이주(州) 상원의원 시절이던 2004년 보스턴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기조연설을 통해 대중 정치인 면모를 보였고, 4년 뒤 힐러리를 꺾고 첫 흑인계 대통령이 됐다. 공화당의 세라 페일린 전 부통령 후보도 깜짝 후보가 되고 나서 곧바로 대선 주자 반열에 올랐다.

미국의 대선 주자들이 출마를 서두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기나긴 후보 선정 과정이다. 민주·공화당 모두 6개월 이상 예선전을 치른다. 대선이 있는 해 1월, 뉴햄프셔와 아이오와에서 벌어지는 예비선거를 시작으로 각 주를 도는 정치 일정을 위해 힘을 비축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