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對北) 정책 등 외교·안보 이슈를 놓고 외교부와 통일부 등 정부 부처 간 엇박자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부처별 고유 업무에 따라 미세한 입장 차가 있을 수는 있지만 외교·안보 정책의 큰 방향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외교부는 "북 체제 불안정" vs 통일부는 "안정"

외교부와 통일부는 3일 북한 김정은 정권의 안정성을 놓고 서로 다른 판단을 내놨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가진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북한 김정은 정권의 통치는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 대변인은 외교부가 최근 펴낸 외교백서에서 '김정은 정권이 무분별한 공포정치의 행사로 권력 내부의 취약성이 심각하고 중장기적으로 체제 불안정성이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한 데 대한 의견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통일부가 외교백서를 반박하는 식의 브리핑을 한 셈이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백서 작성 시점이 2013년 말 기준이어서 불안정하다는 평가를 했던 것으로 현재 북한 정세에 대한 판단은 통일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정홍원(오른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총리가 윤병세 외교부 장관, 류길재 통일부 장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불러 얘기를 하고 있다.

외교부와 통일부는 올 들어 정책 주도권을 놓고 여러 차례 신경전을 벌였다. 지난 3월 대통령에 대한 두 부처의 합동 업무 보고 때는 외교부가 통일부와 사전 조율 없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3단계 추진안'을 보고에 포함하려다 통일부의 반발을 샀다.

또 외교부가 지난 3월 '한·독 통일외교정책자문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것도 논란이 됐다. 통일부는 2010년부터 '한·독 통일자문위원회'를 구성, 운영 중이었다. 두 자문위의 성격과 기능이 서로 겹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통일부는 "우리 자문위가 중심"이라고 했다.

외교부와 통일부는 지난 6월 국립외교원의 '2040 통일 한국 비전 보고서' 발표를 놓고도 티격태격했다. 통일부에선 "왜 외교부가 통일정책에 숟가락을 얹느냐"는 말이 나왔지만, 외교부에선 "누가 하든 무슨 상관이냐"고 했다.

앞서 지난 연말에는 남북 관계의 방향 설정을 놓고 "북한 정권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남재준 당시 국정원장과 "남북 관계는 기개만으로 안 된다"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신중론이 맞서기도 했다 .

◇청와대 내부서도 다른 목소리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은 지난달 19일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은 예정대로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전해 들은 국가안보실에서는 주 수석의 브리핑 내용이 자신들의 '판단'과 달라 당황했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주 수석의 발언은 대화 분위기를 끌고 가기 위한 외교적 발언일 수도 있지만 군인 중심의 안보실과 판단이 달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애기봉 등탑 철거 과정에선 군 내부의 혼선이 노출됐다. 해병대 측은 "등탑 철거 전 국방부와 논의를 했다"고 했지만, 국방부는 "논의한 바 없다"는 입장이다. 등탑 철거는 청와대에도 보고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