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1300여개 초·중·고교 등교 시간을 내년부터 9시로 조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현행 8시~8시40분 등교 시간을 20분~1시간 늦추는 것으로 '학생들에게 수면권과 아침 식사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는 게 서울시교육청의 설명이다. 앞서 지난 9월에는 경기도교육청이 '9시 등교'를 전면 시행해 맞벌이 부부의 불만을 사는 등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3일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부터 관내 모든 초·중·고등학교의 등교 시간을 9시로 늦출 수 있도록 하겠다"며 "초등학교는 강력하게 '9시 등교'로 통일하도록 권장하고, 중·고교는 학교별 토론회를 연내 실시해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9시 등교를 교육청이 강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청이 추진하는 정책이니 결국 '9시 등교'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현재 서울시내 초등학교 등교 시간은 8시 40분이며, 중학교 8시 20분, 고등학교 8시 안팎이다.

'9시 등교'는 진보 교육감들이 공통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이다. 경기도교육청은 9월부터 '9시 등교'를 전면 시행해 현재 경기도 내 초·중·고교의 88%에 해당하는 1800여개 학교가 참여하고 있다. 전북교육청도 10월부터 '등교 시간 30분 늦추기'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인천·광주·제주교육청은 내년 1학기 시행을 목표로 '9시 등교'를 검토 중이다.

하지만 진보 교육감의 '9시 등교' 정책에 대해 학교와 학부모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현장을 모르고 밀어붙이는 탁상공론'이라는 것이다. 특히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출근해야 하는 맞벌이 부부의 불만이 높다. 서울의 경우 맞벌이 부부 비율(43.1%)은 전국 평균(42.9%)보다 높으며, 출근 시간이 대체로 8시 안팎이기 때문에 자녀를 못 챙겨주고 먼저 출근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강서구 A초등학교 교장은 "지금도 맞벌이 부부가 많아 100여명의 저학년생들을 돌봄 교실 세 곳에서 돌보고 있는데, '9시 등교'를 하면 전 학년 아이들을 돌봄 교실에서 다 보라는 얘기냐"고 말했다.

교통 정체가 심한 서울의 특성상 '초·중·고 시차(時差) 등교'가 아닌 '초·중·고 일괄 9시 등교'가 시행되면 등굣길 버스나 전철에 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등교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동석 교총 대변인은 "서울의 경우 일부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학원 새벽반이 개설되는 등 사교육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학교장 재량'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단위 학교의 자치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등·하교 시간은 학교장 권한이다. 서울 서대문구 B고 교장은 "권장 사항이라고 하지만 인사권과 재정권을 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권고'라고 하면 그건 '강제'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교육감은 "맞벌이 부부 자녀 등 조기 등교하는 학생들 문제는 운동장·도서실 등 대안 프로그램을 마련해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