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 음악을 하고 있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은 대개 나를 상당히 열정적인 사람으로 생각한다. 물론 음악을 좋아하고 같이 일하는 뮤지션들의 음악은 더더욱 좋아하지만, 이것으로 사업을 한다는 건 다른 문제다. 오히려 열정은 방해가 된다. 대개 열정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지만, 대단한 자기 확신을 가진 사람이 아니고서야 어느 순간부터는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외부의 인정이 필요해진다. "네가 하고 있는 일은 참 괜찮은 것 같아"라는.
하지만 인디 음악은 그런 인정을 받기 어렵다. 한국처럼 음악 시장이 아이돌 위주로 지극히 편중되어 있는 곳에서 인디 음악의 지분은 3% 미만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음악이 얻을 수 있는 반응은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 '무반응'이다. 차라리 욕이라도 해준다면 욱하는 마음을 연료로 삼아 뜨거워질 수 있을 텐데, 차가운 무반응은 발화점과 너무도 멀다.
그래서 처음 회사를 만들고 '지속 가능한 딴따라질'이라는 모토를 지었을 때 열정적으로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하긴 하되 가능한 만큼만 하자. 잘하려고 욕심을 내다 보면 냉정한 대중의 반응에 부딪히는 순간 결국 자신을 열정의 아궁이에 넣고 태워버리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것보다는 지금 내가 얻을 수 있는 반응에 자족하면서 이보 전진에 일보 후퇴, 아니 그조차도 위험하니 일보 전진에 반보 후퇴를 거듭하며 반 걸음씩만 조금씩 나아가자고 생각했다.
그러다 함께 일했던 몇몇 밴드가 기대치 않았던 대단한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순간 나 스스로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우쭐하기도 했고, 처음의 신중한 페이스를 버리고 뭔가를 열심히 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 후로 몇 년이 지나는 동안 내가 겪은 성공이라는 게 아주 이례적으로 운이 좋았던 것임을 깨닫게 됐다. 여전히 인디 음악이 처한 환경은 척박하고 조금의 실패로도 망하기 쉽다. 그래서 되새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려면, 열정보다는 냉정이 필요하다는 것을.